지금 가장 행복한 순간은 세 아이들과 있는 시간입니다. 특히 요새는 두살 먹은 막내아들이 수시로 와서 제 손을 잡아주는데 그 조그마한 다섯개의 손가락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통통한 두 볼도 귀엽지만 그 작은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엄마의 관심을 받을려고 제 얼굴과 손을 만지작할 때면 그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워서 그런지 한국 뉴스를 통해 알게 된 예쁜 정인이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생후 6개월째 양부모한테 입양을 가서 모진 학대를 받다가 열달 뒤 거의 모든 장기가 파열돼 병원에 도착하자 생을 마감한 정인이… 안타까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세차례나 경찰서에 아동학대 접수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죽기 직전까지 아무도 어린 정인이를 고통 속에서 구해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불현듯 미국에서 10년 전에 경험한 한 아동학대 신고 사례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남편과 같이 겨울 인턴십 발령을 받아 두달 동안 새크라멘토 구세군 교회를 섬기며 사회사업부와 교회 행사들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유아부서도 맡았는데 그중에 4세, 6세 정도 된 자매들이 겨울인데도 얇은 여름옷을 입고 왔길래 저는 미국 사람들은 춥게 길러도 너무 춥게 기른다 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그중 한 아이의 팔과 얼굴 부근에서 개한테 물린 상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치료도 제대로 안했는지 상처 주변이 지저분했습니다. 저만 본 것이 아니라 교회 담임 사관님, 에린(Erin)도 같이 보았습니다. 우린 같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다음주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안왔길래 걱정이 되어 에린에게 물어봤더니 아동보호서비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고, 그리고 자기가 신고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때 미국 생활 2년차였기에 문화적인 충격이 상당했습니다. 교회 사모님이 교인을 신고해서 아이를 부모에게서 떼어놓은 것은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또 다른 정인이가 온몸이 멍이 드는 고통 속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이런 냉정하고 신속한 신고정신이 한국 사회에도 꼭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모든 주변 사람들이 신고를 해서 경찰서에 세번이 아닌 일곱번, 열번, 열일곱 넘게 신고가 빗발쳤다라면 정인이가 지금 웃는 얼굴로 우리 곁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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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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