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코리안리서치센터가 미주 한인회의 발전과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미국 내 한인회장 및 한인회 관계자들과 일반 한인 등 총 1,1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결과는 대한민국 국회의 의원회관에서 발표되었다.
조사결과 가운데 각 지역의 한인들은 한인회가 그 지역사회를 대표하고 있으며(60%),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55.5%)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인회 회비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61.4%).
하지만 한인회 활동이 활발하다는 응답(46.3%)과 회비납부자에게만 한인회장 선거 투표권을 주는 것(43.5%)에 대한 한인들의 지지는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또 응답자들은 한인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역 거주 한인들의 무관심과 참여부족(43.1%), 지도자의 부족(26.4%), 운영자금의 부족(19.4%), 임원 간의 갈등과 다툼(11.1%)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세계 각 지역의 몇몇 한인회들과 한인회 연합체인 총연 등은 때때로 갈등과 문제들을 야기해왔다. 심지어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한인들의 위상을 실추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와 갈등은 주로 한인회장 선출과 관련이 있다.
한인회의 회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의 저변에는 한인회의 ‘정체성’ 문제가 있다. 즉, 한인회를 코리아타운 내 한인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보느냐 아니면 한인들을 위한 봉사단체로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다. 먼저 한인회를 봉사단체라고 생각한다면 한인회장 선출은 한인사회 내의 많은 봉사단체들이 그러하듯이 한인회 이사회에서 내부적으로 선출해야 한다.
반면 한인들의 대표 단체라고 여긴다면 지금 대부분의 한인회들이 채택하고 있는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 게 옳다. 하지만 이렇게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할 경우, 한인들의 낮은 투표참여율이 가장 큰 문제다. 기껏해야 전체 한인의 2~3%가 참여하는 선거에서 1~1.5%의 지지를 받고 어떻게 모든 한인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무보수 봉사직을 선출하는데 회장 입후보자들이 내야하는 적지 않은 공탁금도 문제고 직간접으로 뿌려지는 선거자금과 과열된 선거 열기가 한인사회를 분열시키고 선거후유증을 남기는 것도 문제다. 선거를 통할 경우 지금처럼 그 지역 내에 살고 있는 한인들 모두에게 투표권을 줄 것인지 아니면 회비를 낸 한인들에게만 투표권을 줄 것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한인회장은 자신의 막대한 시간과 돈을 써서 회장이 된 후 비난은 비난대로 들어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 때문에 한인회장이 되었는지 궁금하기조차 하다. 현재 대부분의 한인회는 봉사단체이면서 한인들의 대표단체 역할을 하는 이중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선거에서 회장의 출마자격과 선출 방식 등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각 지역 한인회는 무엇보다 우선 봉사단체로서의 한인회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그 역할을 꾸준히 넓혀나가고 기능을 확대시켜야한다. 한인들의 대표단체가 되고자 한다면 한인회장 후보자격에 대한 정관 몇 개를 고쳐서 될 일이 아니다.
한인회가 한인사회의 대표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원들을 늘려서 한인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한인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각 단체들과의 협력 체제를 통한 한인 커뮤니티의 ‘조직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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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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