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명약 중의 명약으로 꼽히는 것이 산삼이다. 깊은 산속에서 오랜 세월 자란 산삼은 만병통치의 영약으로 불렸다. 산삼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신선이 사는 곳에서 자라므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도 않는다고 옛사람들은 믿었다.
귀한 만큼 어마어마한 것이 가격이다. 한국에서 수십년 된 산삼은 수천만원 대, 100년 넘은 산삼은 수억원대에 거래된다고 한다. 그 비싼 걸 누가 살까 싶지만 고객은 따로 있기 마련. 전문 심마니가 120년쯤 된 산삼을 캐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돈이 얼마가 들든 신비의 영약을 기어이 챙겨먹으려는 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비싼 산삼을 사서 먹는 사람보다 산삼을 캐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산삼을 발견하려면 얼마나 오래 산을 헤집고 다녀야 할 것인가. 거친 산기슭, 위험한 벼랑길을 오르내리며 걷고 또 걷기를 수개월씩 하는 것이 심마니들의 삶이다. 그렇게 걸으니 심마니들은 귀한 산삼을 안 먹어도 건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걷는 게 보약, 돈 안드는 보약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싱그러운 5월, 걷기 딱 좋은 계절이다. 아침에 일어나 신선한 공기 마시며, 꽃향기 맡으며 동네 한 바퀴 걸으면 하루가 즐겁다. 다리를 움직이는 그 단순한 동작은 기분뿐 아니라 건강까지 좋게 한다. 하루 만보 걷기가 건강의 비결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일찍이 말했다. “사람에게 최고의 명약은 걷는 것”이라고.
하지만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늘 문제이다. 일단 나가서 걸으면 좋은 데 이런 저런 핑계가 생기곤 한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짬이 나지 않기도 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대단히 현실적인 보고서가 하나 발표되었다. 매일 ‘하루 만보’ 는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하루 8,000보 걷기를 일주일에 한두번만 해도 건강에 유익하다는 내용이다.
지난 주 미국의료협회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8,000보 이상 걸으면 전혀 걷지 않는 경우에 비해 10년 내 사망률이 낮아진다.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 의하면 일주일에 한두번, 하루에 최소한 8,000보를 걸은 사람들은 전혀 걷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10년 내 사망할 확률이 14.9% 낮다. 하루 8,000보 이상씩 일주일에 3번 이상 혹은 매일 걸을 경우 같은 기간 사망률은 16.5% 낮아진다.
조기사망 예방효과는 하루 8,000보씩 일주일에 세 번 걸을 때 최고점에 달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확인했다. 그러니 매일 만보를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레 위축될 게 아니라 기회 닿는 대로, 시간 나는 대로 편한 마음으로 걸으라는 것이다.
우편함에 편지 꺼내러 나간 김에 한 블록을 걷거나, 저녁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가족과 산보에 나서거나, 엘리베이터 타는 대신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주차할 때는 되도록 먼데 차를 세우며, 이웃집 개를 산책 시켜 주면서 이웃과 가까워지는 것 등이 모두 도움이 된다.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걷기를 습관화해서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불편해질 정도가 되는 게 물론 제일 좋다.
걷기는 단순히 몸의 건강에만 좋은 게 아니다. 정신건강에도 좋다. “기분이 안 좋으면 걸으라.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아지면 다시 또 걸으라”고 히포크라테스는 말했다. 철학자 니체는 다른 관점에서 걷기를 추천한다. “진짜 위대한 생각들은 모두 걷는 중에 떠오른다.” 심신과 영혼을 살찌우는 보약이 바로 걷기이다. 이런저런 좋다는 약 돈 들여 챙겨먹기 전에 우선 걷기부터 시작하는 게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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