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악의 근원’(The Origin of Evil) ★★★★ (5개 만점)
▶ 변태 가족들의 멜로드라마로…빈자와 부자간의 대결 내세워, 거짓과 음모의 연속인 스릴러
거부인 아버지 세르지의 가정에 느닷없이 불청객으로 나타난 세르지의 딸 스테판(앞 줄 중간). 하녀 아녜스, 스테판의 이복동생 조르지, 세르지의 아내 루이즈 그리고 조르지의 딸(앞 줄 오른쪽 부터)
플롯이 배배 꼬인 변태 가족의 멜로드라마이자 간교한 유머가 간간이 섞인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로 화사한 외면 속에 탐욕이 내뿜는 악취가 싸구려 분 냄새를 풍긴다. 빈자와 부자간의 대결을 내세워 부르좌 계급을 조롱하고 비판하면서 막대한 재산을 놓고 이들이 서로 속고 속이느라 거짓과 음모를 계속하는 바람에 과연 누가 약탈자이며 누가 희생자인지 알쏭달쏭하기가 짝이 없다.
악의 한 부품인 탐욕의 근원을 분석한 영화이자 신분을 위장한 살인 미스터리이기도 한데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과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사악한 멋쟁이 리플리를 연상케 하는 재미있는 프랑스 영화로 사뿐하니 가볍고 장난기로 채색된 작품이다.
40대의 스테판(로르 칼라미)은 정어리 가공공장의 근로자. 스테판은 임시로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쫓겨날 판인데 자기 애인(수잔 클레망)은 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궁지에 몰린 스테판은 자기가 태어날 때 버림받은 아버지 세르지(자크 웨버)에게 전화를 건다. 내가 당신의 딸로 만나고 싶다고. 세르지는 국제적 식당 경영자로 지중해의 한 섬에 있는 제왕의 무덤과도 같이 차가운 초호화 저택에서 살고 있는 거부다. 그런데 나이를 먹은 세르지는 건강이 좋지 않다.
세르지는 처음 보는 딸을 반갑게 맞이하나 나머지 가족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불청객을 냉대하고 의혹의 눈길로 맞는다. 스테판은 먼저 자기를 생선가공 공장의 주인이라고 속인다. 세르지의 가족은 요란한 치장을 한 쇼핑광인 아내 루이즈(도미니크 블랑)와 루이즈의 딸로 스테판의 이복동생인 조르지(도리아 틸리에) 그리고 조르지의 반항적인 10대의 딸. 이들 외에 고약한 하녀로 스테판의 일거수일투족을 염탐하는 아녜스(베로니크 루지아)마저 스테판을 냉대한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스테판에게 적의를 보이는 것이 조르지로 조르지는 스테판에게 “빨리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통보한다. 조르지는 스테판이 세르지의 재산을 노리고 나타났다고 믿고 스테판이 과연 진짜 스테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그런데 과연 스테판은 세르지와 부녀관계를 연결하고 싶어 세르지를 찾은 것인가 아니면 세르지의 재산을 노리고 그를 찾아 왔는가. 그리고 스테판은 진짜로 스테판인가 아니면 조르지가 의심하듯이 가짜인가. 스테판을 인자하고 자상하게 받아들이는 세르지는 과연 보기처럼 그렇게 어리숭하고 착하기만 한 사람인가. 이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내가 서로 달라 누가 과연 누구인지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이들의 정체는 영화 종말 부분에 와서야 밝혀진다.
이 가족 간의 속임수와 음모는 세르지의 막대한 재산을 서로가 빼앗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면서 벌어지는데 여기에 스테판이 끼어들어 속임수와 음모의 어두움을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영화는 허위와 거짓 치장과 속임수의 게임이라고 하겠다. 앙상블 캐스트이 연기가 좋은데 그 중에서도 겉으로는 얌전하고 허약한 것 같으면서도 안으로는 강인함을 지닌 칼라미가 뛰어난 연기를 한다. 세바스티안 마니에 감독. 22일부터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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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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