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베컴은 다큐멘터리 ‘베컴’에서 지난 삶에 대해 차분하고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아쉬웠던 순간, 서운했던 때를 돌아보면서도 누군가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넷플릭스 제공]
과연 없는 게 무엇일까. 명예와 거금을 가졌고, 외모가 근사하기까지 하다. 아내는 자신 못지않게 큰 별. 젊어선 유명 축구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나이 들어선 프로축구단 구단주가 됐다. 가정은 화목하고도 화목하다. 전생에 세계를 구했을 듯한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을까. 축구팬이 아니라도 눈길이 갈 만한 내용이다.
베컴은 어려서부터 오로지 축구만 생각했다. 가정환경부터가 그랬다. 주방 시공업자인 아버지는 아들을 축구선수로 키우고 싶어 했다. 아들에게 축구 연습을 시키거나 함께 자신의 응원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경기를 보러 다녔다. 베컴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다. 매일 밤 11시까지 일하며 뒷바라지하는 부모를 위해 오직 축구에만 전념했다. 재능과 성실함이 결합된 그를 맨유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 점찍었다. 베컴은 15세에 맨유와 계약했다.
모든 일은 술술 풀려갔다. 베컴은 맨유의 황금기를 열었다. 축구 실력에다 미소년의 얼굴과 모델 같은 옷차림이 더해지며 그는 그라운드 최고 스타로 부상했다. 인기 절정 그룹 스파이스 걸스 멤버 빅토리아와 동화 같은 사랑에 빠지기까지 했다. “베컴은 스테이크고, 나는 머스터드 같은 존재”라는 팀 동료 게리 네빌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삶이었다.
만화 속 주인공 같은 베컴은 마냥 평평하고 탄탄한 길만 걸었을까. 다큐멘터리는 베컴이 발산한 강렬한 빛과 더불어 짙은 그림자까지 보여준다. 베컴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당한 후 패배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1년 넘게 수많은 욕설과 비아냥, 저주에 시달렸다. 혼자서는 화장실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신변위협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나 다름없던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 스페인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로 급작스레 이적한 후 겪어야 했던 시련들, 감독 눈 밖에 나 쫓기듯 강행했던 미국 이적 과정도 베컴을 힘들게 했다. 아내 빅토리아와 함께 치러내야 했던 유명세도 만만치 않게 그와 가족을 괴롭혔다.
베컴은 매번 묵묵히 비난을 받아들이며 실력으로 그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그는 스페인을 떠나기 전 기어이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미국에서는 팀 내 갈등을 화합으로 승화시키며 아름다운 맺음을 했다.
베컴이 여러 수난을 겪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그의 인성이다. 그는 자신의 개성과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주변과 불화하지 않았다. 남을 비난하기보다 침묵을 택하거나 상대방을 이해하려 했다. 베컴이 미국프로축구리그(MLS)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가 돼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건 그런 그의 품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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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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