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대표작…세계 문학상 중 2관왕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앗다. 사진은 한강이 지난 2016년 5월 ‘맨부커상’을 수상한 뒤 열린 신작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
소설가 한 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 여성이 123년 역사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생중계에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이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 수상 연락을 받았으며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마츠 말름 한림원 상무이사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이후 한강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그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과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고 밝혔다.
한강은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록도 썼다.
아시아 국가 국적의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한강은 앞서 연작 소설집 '채식주의자' 등으로 세계적으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여온 동 세대 대표 작가다.
그는 '채식주의자'로 2016년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국제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은 여기에 이번에 노벨문학상까지 받으면서 명실상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들게 됐다.
AP 통신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성공 등을 언급하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한강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의 문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를 비롯해 '새터말 사람들', '동학제', '멍텅구리배'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한승원이다.
이후 서울로 올라온 한강은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다양한 장편 소설과 소설집을 발표했다.
한강은 죽음과 폭력 등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 등으로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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