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X 정치 스릴러 ‘잔혹한 침묵’
▶ 너무나 유명했던 IRA 자매

돌러스와 매리언 자매는 아일랜드공화국군 대원으로 활동하며 영국 런던에 폭탄 테러를 일으킨다. 그들은 영국인에게는 테러리스트로, 아일랜드인에게는 영웅으로 불린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국가나 민족이 위기에 처해 있다. 사람들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애국, 애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폭력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걸까. 드라마 ‘잔혹한 침묵’(Say Nothing)은 북아일랜드 분쟁을 통해 쉽지 않은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
1970년대 돌러스(롤라 페티크루)와 매리언(헤이즐 두프) 프라이스 자매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산다. 가톨릭 민족주의자인 아버지는 준군사조직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일원이었다. 자매는 폭탄 테러와 수감 생활을 명예롭게 여기는 아버지에 반감을 가진다. 비폭력이 폭력보다 위대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자매는 비폭력 행진에 나섰다가 엄혹한 현실을 깨닫는다. 그들은 왕당파 개신교도의 폭력을 비호하는 경찰들의 행태를 체감하고 비폭력주의를 버리게 된다.
저돌적인 돌러스는 동생 매리언과 함께 IRA에 가입한다. 여성은 간호나 총기 보관 등 일에만 국한한다는 당시 불문율을 깨고 자매는 직접적인 비밀 군사활동에 나선다. 영국 경찰에 체포된 대원을 구출하거나 무기 운반 일을 한다. 그들 상관은 브렌던 휴즈(앤서니 보일)와 제리 애덤스(조시 피넌)다. 돌러스와 매리언의 행보는 갈수록 대범해진다. 둘은 영국 런던 한복판 테러까지 감행하게 된다.
드라마는 돌러스와 매리언 등 IRA의 암약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어느 날 밤 IRA에 엄마가 끌려가 실종된 십 남매의 사연을 병치한다. 십 남매는 IRA가 무서워 하소연 한번 제대로 못 한다. IRA는 십 남매의 엄마를 영국 경찰의 끄나풀로 단정하나 그 배경이 미심쩍다. 돌러스와 매리언은 십 남매 엄마의 행방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돌러스와 매리언의 질풍 같은 동반 활약은 곧 날개가 꺾인다. 수감 생활을 거치며 인생과 투쟁에 대해 각기 달리 생각하게 된다. 유명 배우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며 화려한 삶을 살게 된 돌러스는 폭력 투쟁에 회의적인 반면 매리언은 여전히 강경하다. 둘은 영국과 휴전에 나서며 대중 정치인으로 돌변한 제리에 반감을 가진다.
돌러스와 매리언 등 실존 인물들을 통해 북아일랜드 분쟁을 속속들이 돌아본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아일랜드 통일에 대한 민족주의자들의 열정이 드라마 초입을 데우고, 무장 투쟁에 대한 환멸이 후반부 화면을 식힌다. 돌러스와 매리언 등 강경 민족주의자들은 테러와 단식, 암살 등에 청춘을 바치나 그들 삶에는 허무만 가득하다. 투쟁의 과실을 얻어가는 건 상부에서 지시를 내린 권력자다.
IRA는 폭력의 정당성을 내세우나 과연 그들의 활동은 모두 용서받을 수 있을까. 돌러스가 목숨 걸고 언론에 한 마지막 고백은 비폭력 대신 폭력을 택했던 삶에 대한 회한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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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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