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음과 균형은 아름다움과 안정을 준다. 알맞음을 넘어 넘침이 좋아 보이지만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나친 넘침을 뜻하는 과(過, over)가 들어간 과식(過食), 과음(過飮), 과로(過勞), 과속(過速) 등을 보면 그러하다. 어느 한쪽 끝까지 치우침을 의미하는 ‘극’(極)도 그러하다. 극우, 극좌 양극단 역시 따듯함, 알맞음이 없다. 양극단은 협소하고 위험하다.
당송(唐宋) 8대가로 알려진 북송의 관리이자 시인인 소동파는 과거 시험 답안지에 “그러므로 인자함은 지나쳐도 되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故仁可過也, 義不可過也)”라고 써냈다고 한다. 사람다움을 추구하는 군자에게 어짐(仁)은 넘쳐도 문제가 없지만, 의로움(義)이 넘치면 잔인한 사람이 된다고 하여, 일견 선한 넘침을 긍정한 듯하지만, 새겨 읽을 일이다.
얼마 전 한국 대통령 탄핵선고 시국을 전후로, 광장에 극우적(極右的)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이 등장하였고, 무시못할 숫자의 (주로)개신교 그리스도인들이 세를 과시하였다. 지금도 온라인에서 특정 유투버와 일부 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극우성향의 그리스도인들이 세력화 되어가는 듯하다. 한 나라의 시민이요 종교인으로서 자신의 의사나 신앙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하고 좋은 일이나, 극우화(極右化)된 주장들이라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종교인들의 극우화, 일부 그리스도인들의 극우적 성형은 여러 면에서 우려할 점이 있다. 극우주의는 자신의 이념과 신념을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절대진리로 여기는 근본주의(根本主義)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체계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과 배타적 태도로 행동화되며, 자신의 이념이나 신념에 배치되는 특정집단에 대하여는 강력한 배척(排斥)도 정당화 한다. 상호 이해, 대화, 인정, 포용보다는 배타(排他)와 차별(差別), 배제 나아가 물리적 폭력을 옹호하고 정당화 할 위험을 지니게 된다.
극우적 성향을 지니게되면, 자신의 신념 체계와 맞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몰아내야 할 적이며 사탄의 세력으로 여긴다. 이러한 자기 확신은 악의 세력에 대하여는 적개심, 차별, 혐오, 저주, 폭력, 반지성주의 행동으로 대응한다. 한 개인의 극우적 성향은 개인의 감정에 머물지 않고, 특정집단을 타자화하고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양극단은 위험하다. 양극단에 자리잡으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자기 신념과 자기 주장만 하게 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입장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마음과 생각의 단절이다.
자신의 생각에 맞는 유튜브만을 보고, 자기 주장과 같은 사람들만 만난다. 이러한 경향이 신앙과 결합하게 되면 그런 경향은 더욱 공고해진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에 하느님 혹은 자신이 믿는 절대자를 끌어들이게 되면,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의 논의가 불가능해지고, 아예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진다. 자신의 생각이나 이해의 지경(地境)을 확장시켜 더 큰 생각과 선한 행동으로 나갈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생각은 혼자하지만, 혼자 만들어서는 안된다. 햇빛과 빗물과 달빛, 아침저녁의 바람과 흙의 양분, 농부의 수고로 벼가 여물듯, 생각도 그러하다. 생각은 함께 만들 가야하는 것이고, 삶 속에서 자라야(grow)하는 것이다. 참 좋은 생각은 나와 이웃과 하느님(절대자)이 함께 빚어 만들어가는 생각이다. 양극단에서는 생각이 자라지 않는다. 극단에는 너 곧 이웃이 없기 때문이다.
극우적 그리스도인들의 편협하고 닫힌 반지성주의적 태도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가르침, 교회의 순수성과 건강성을 해치고, 적대적 반북주장은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의 길을 멀어지게 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정죄는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모든 이들은 물론 세상의 약자 소수자를 위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의 뜻을 가리운다. 극우적 그리스도인의 마음에는 자신의 신앙적 확신만 존재할 뿐, 형제와 이웃이 없다.
절대자 하느님은 참으로 광대하여 무변(無邊)하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는 양끝이 없어 무극(無極)이다. 신앙은 양극단이 아닌, 열린마음으로 기도하며 우로나 좌로나 치우침이 없는(여호1:7), 가운데 길(中道) 곧 다함께 행복하게 사는 사랑의 길, 진리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