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4일 북한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과 부인, 딸이 동석한 가운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있었다. 그리고 7월1일에는 북한주민들에게 이 리조트가 개방되었다고 보도되었다. 하지만 하루 이용료가 최소 미화 100달러로 알려지면서 북한 주민 대다수는 “그림의 떡”이라며 일반 노동자가 갈마 해안관광지를 이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이 전했다. 한국의 연합통신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근 2만명 숙박 능력을 갖춘 호텔과 여관들이 들어선 갈마 복합리조트 단지는 사실상 외국 관광객을 염두에 둔 시설임을 시사했다.
필자는 30여년 전 북한의 동북부 라진, 선봉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북한은 1991년 말에 라진, 선봉 지구를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포하면서 경제특구 건설 추진을 선언하고 이듬 해에 서방측 경제전문가와 기자 등 150여명을 현지로 초청해 설명회를 가진 바 있다. 초청 대상에는 미국의 소리 기자였던 필자를 비롯해서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같은 미국 굴지의 일간지 기자들이 포함되었으나 한국 기자는 초청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을 태운 특별열차는 1992년 4월29일 오후 2시쯤 첫 도착지 함경북도 라진을 향해 평양역을 출발했다. 18시간을 달려 이튿날 아침 8시에 라진에 도착했는데 거리상으로는 서울 부산의 두 배 정도인데 주행시간은 4배가 걸린 셈이다. 산간지역인데다 철로의 침목이 낡아서 속력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라진, 선봉과 청진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우리 일행은 관계자들의 철저한 브리핑 준비와 그들이 보여 준 진지성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하와이 동서센터의 마크 발렌시어 선임연구원은 “국경선 근처의 민감한 지역을 우리와 국제기자단에 보여주고, 항만과 제철공장 등의 각종 자료와 수치, 개발계획 등을 공개했는데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북한 태도의 큰 변화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김달현 북한 부총리도 북한의 정책이 시대에 따라 계속 발전하고 변화해가는 게 온당하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변화의 징조와 흐름은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고 후계자 김정일이 선군(先軍)정치를 펴면서 김달현, 김정우, 김성식 같은 개방파들의 몰락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가 최근에 3대 김정은의 갈마 관광지구 개발로 이어지게 되었다.
라선 경제특구가 빛을 보지 못한 이유는 북한 최 동북단에 위치해 접근성이 어려운데다 기온은 1년중 6개월이 영하로 내려가고 더욱이 경제특구로 지정되었던 1990년대에는 북한이 외채를 많이 지고 있어서 외국 투자가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던데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반면에 갈마 지구는 명사십리 천혜의 해안을 가지고 있어 ‘북한의 와이키키’라고 불리우며 강원도 원산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용이하다. 한가지 북한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는 핵과 미사일이다. 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 관광객들의 갈마 해변 방문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때 트럼프 미국대통령도 갈마를 콕 짚어 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제 김정은 위원장은 핵을 안고 자폭하느냐 핵을 포기하고 개방정책을 밀고 나가느냐는 갈림길에서 역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본다. 갈마의 성공 여부가 그 첫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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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섭 전 미국의 소리 한국어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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