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이혼 업무를 하다 보면 부부 간의 문제에 양측 가족이 개입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럴 경우 결혼한 부부의 독립성과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법과 문화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교는 국가 통치 이념으로 채택된 사상이자 제도로서, 수직적인 인간관계에 기반한 기존 질서의 유지를 중시합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군군신신부부자자’의 원칙은 이러한 유교 사상을 잘 반영합니다. 유교 문화에서는 가정 안에서 ‘효(孝)’와 ‘장유유서’가 핵심가치로 여겨집니다. 부모를 공경하고, 어른의 말을 따르며, 설령 그 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더라도 그 즉시 반박하지 않는 것이 예의로 간주됩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가족 질서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자리잡아 왔으며, 위계적 인간관계 속에서의 조화와 질서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교적 가치관은 법 앞의 평등,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는 미국의 법 체계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 시부모 또는 장인·장모가 자녀 양육권 분쟁에 개입하여 어느 한쪽의 편을 들거나, 며느리나 사위의 재산 사용에 간섭하거나, 가정폭력이나 정서적 학대를 ‘조언’이나 ‘훈계’로 포장하는 경우, 혹은 부부 갈등 상황에서 어른들이 자존심을 내세워 이혼을 부추기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유교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가족 문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미국 법률 체계에서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한 외압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과 미국인이 결혼한 경우, 이러한 문화적 갈등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업무상 판사들이나 변호사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 한국인의 전통 문화, 문화적 특성, 가치관, 그리고 독특한 가족문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자녀 양육권을 판단할 때 ‘아동의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s of the Child)’ 기준이 적용되며, 조부모의 의견은 거의 고려되지 않습니다. 재산 분할 또한 배우자 간의 공정한 분배가 원칙이며, 양가 부모의 영향력은 법적 판단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결혼생활의 결정권은 부부가 공동으로 행사해야 할 고유 권한으로 인정되며, 외부 가족의 개입은 사적 자율성의 침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가 부모가 ‘경륜’이나 ‘나이’를 내세워서 부부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미국의 법적·문화적 관점에서는 부당한 간섭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부부 간에는 건전한 주도권 경쟁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소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양가 부모들이 개입해 자녀의 편을 들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부부는 스스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잃게 되고,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와 법적 인식의 간극을 이해하고, 각자의 역할과 한계를 존중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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