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사법 절차를 무시하는 듯한 공권력 행사가 연이어 발생하며 법치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에서는 합법적으로 체류중이던 한인 여대생이 체류 기간 취소 통지 후 재판 일정 변경 서류를 받자마자 영장 없이 이민단속국 요원들에게 체포되어 보석과 면회조차 불허된 채 구금되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 텍사스에서는 영주권자 신분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한인 남성이 2011년의 경미한 마리화나 소지 전과를 이유로 72시간 억류 규정을 훨씬 넘겨 구금되고 변호사 접견도 거부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법치'에 의해 운영된다고 믿어왔던 미국의 모습이 더 이상 아님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이민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법이 정한 절차와 규칙이 정부와 공권력에 의해 무시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지역 이민 구치소를 방문한 시장이 체포되고, 국토안보부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려던 연방 상원의원이 제지당하고 수갑이 채워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뉴욕 시장 예비선거에 당선된 진보 후보가 시장에 당선이 되면 체포하고 뉴욕시를 직할 통치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법적 절차와 민주주의 원칙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도 미국의 기존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오랜 동맹국들에게 일방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기존에 맺었던 상호 관세 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등 ‘힘에 의한' 무역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동맹 관계를 철회하고 일방적 복종을 요구하는 수직적 관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은 249년 동안 미국을 지탱해 온 민주주의, 인권, 평등, 동맹, 자유무역이라는 핵심 가치를 스스로 해체하거나 폐기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내리는 지시가 법적 효력을 가지고 행정과 외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이는 마치 기원전 46년 로마 내전에서 승리한 카이사르가 종신 독재관이 되어 공화정의 가치를 허물었던 역사를 연상시킨다.
끊임없는 전쟁과 분열된 정치, 그리고 아무리 지도자를 바꿔도 나아지지 않는 서민들이 삶에 지쳐 강력한 지도자를 원했던 고대 로마 시민들처럼, 오늘날 미국인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을지 모른다.
미국이 ‘황제국'으로 변모할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249년 동안 만들어온 가치들이 분명하게 해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카이사르'로 만들어 황제국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스(AOC) 같은 진보적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택할 것인가, 혹은 현상 유지에 머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초법적 행위의 대상이 된 이민자이자들에게 지금은 희망적인 ‘봄'을 기다리기보다는 이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12월과 같은 극도로 긴장된 시기다. 그렇기에 더더욱 커뮤니티를 지킬 올바른 정치인들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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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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