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유럽 먼저 해야 나도 러 제재”…시간끌기·책임전가 우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19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고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폴리티코 유럽판 등이 보도했다.
EU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17일 EU 27개국 상주대표(대사급) 회의 안건에서 19차 제재 패키지 초안 공유 계획이 돌연 제외됐다. 집행위는 전날 오후 각국 정부에 초안 발표 일정이 연기됐다고 통보했다. 향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러시아에 대한 '선(先)제재'를 요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애초 19차 제재 패키지에는 러시아 은행과 원유 해상 밀수에 활용되는 '그림자 함대' 추가 제재,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제3국 법인에 대한 조치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초안 작업을 마무리하던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선결 조건으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즉각 중단, 2차 관세 부과 등 '초강경 제재'를 요구하면서 EU로선 난감한 처지가 됐다.
EU는 2027년말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한다는 자체 계획을 마련해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수입 중단을 하지 않으면 미국도 러시아 압박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나토 회원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토 회원국이면서 EU에 속하지 않은 튀르키예는 전체 석유 수입의 57%가 러시아산이다.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라는 견해가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유럽이 2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한 미국이 먼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U는 중국, 인도에 대한 2차 관세 부과에도 아직은 회의적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간 끌기 전략이라고 의심한다.
미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노아 바르킨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의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기보다는 보여주기식에 가깝다. 그는 언제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립을 회피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EU 외교관은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고의로 과도한 요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EU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EU는) 어떤 식으로든 (그의 요구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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