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재 제9차 당 대회를 준비 중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시스템의 핵심인 당-국가체제를 통해 운영되는 국가이다. 다시 말해 국가 위에 당(黨)이 존재하며, 소위 혁명의 지도부라는 엘리트들이 당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당장(黨章)으로 불리는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에는 당 대회를 “당의 최고지도기관”으로 규정하고, “당 대회에는 5년에 한번씩 당 중앙위원회가 소집하며 소집에 관한 발표는 수개월 전에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최근의 북한 동향에서 북한이 차기 당 대회를 준비하다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일까? 김일성, 김정일시대와는 다르게 당-국가 시스템이 비교적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자, 더 명확하게는 향후 5년 정도 국가를 운영할 만한 예비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이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회는 향후 몇 년간의 당-국가의 전략, 노선, 방향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경제적 여력과 성과가 없다면 개최가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 인민들에게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980년 10월에 제6차 당 대회를 개최하고 36년 만에 2017년 5월에 제7차 당 대회를 개최했던 것이었다.
이 시기 북한은 198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 한국-소련 수교, 한국-중국 수교, 동서독 통일, 김일성의 사망, 1995-96년 연이은 최악의 자연재해로 인한 고난의 행군 등 북한 체제의 최대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김정일은 군을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우고 군을 활용한 선군정치를 통해 북한 체제를 운영해왔다. 당-국가체제라고 하지만 당은 형해화되어 있었고, 국가는 시스템이 아닌 김정일 위원장 개인의 인치(人治)에 기반해 운영되어왔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당 대회보다 한 단계 아래의 권위를 가지는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직함으로 공식 등장하였다. 바로 형해화된 당을 통해서 말이다. 그는 당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었고, 그가 정권을 잡은 후 10년 만에 자신이 가장 품을 들였던 것이 바로 당의 정상화였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만큼 당-국가 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정은은 선군정치 시기 비대해진 군부의 힘을 빼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국가경제에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고 특수주의, 기관 본위주의라는 용어로 설명되는 군부의 경제활동을 조사, 장악하고 이를 국가 경제에 인입시키기 위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김정은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다. 김정은은 당 규약 상의 규정대로 당-국가회의체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한 불이행을 기존 인치가 아니라 법치를 통해 다스렸다. 북한은 당-국가 회의체를 통해 당 대회 결정 집행에 대한 당과 국가의 주요 간부들에 대한 지도와 총화를 강화하고, 당 규약과 헌법에 기초해 정책과 노선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당과 국가의 지도 간부들도 법·제도 준수에 기초한 인식 전환을 통해 당과 최고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을 관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2025년 9월 22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올해 계획을 포함해 (제8차 당 대회에서 결정했던) 5개년계획이 성과적으로 완수될 것으로 보며, 이에 대해서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에 보고하게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지난 5년 전 당 대회를 통해 결정했던 사안들을 인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북한이 급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은 수주대토(守株待兎)와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난의 행군 시기 국가보다는 가정이, 집단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며, 패배주의 성향에 찌들었던 인민들의 생활이 이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 성과에 기반해 가정과 개인을 우선시하던 사회적 풍토를 다시 국가와 집단을 위해 활용해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성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이며, 남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것은 우리가 2026년 초에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제9차 당 대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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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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