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야권과 협상 실패에 전격 사임
▶ 야권서 총리직·의회 해산 요구…범여권서 대통령 사임 요구도

사임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로이터]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임명 27일 만에 사임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6일(현지시간) 더 이상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리직에 오른 지 27일 만, 새 정부 구성원을 발표한 지 채 하루도 안 된 시점이다.
르코르뉘 총리는 사임 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려고 정당들과 타협을 시도했으나 각 정당이 자기들의 공약을 밀어붙이기에만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또 내각 구성 과정에서도 정당 간 갈등과 2027년 대선을 염두에 둔 권력 경쟁이 있었다고 암시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정부 운영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코르뉘 총리의 사직을 수용하며 그에게 8일 저녁까지 "국가 안정과 행동 방침을 마련하기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할 책임"을 맡겼다.
만약 이날까지 정치권 내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책임을 질 것"이라고 엘리제궁 측이 6일 BFM TV에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일간 르몽드는 우파 공화당(LR)이나 대통령 진영, 온건 좌파 사회당(PS)이 두려워하는 의회 해산 가능성을 암시하는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과 사회당은 그간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에 일부 협조해 왔다. 이들 정당은 새 총선이 치러질 경우 의석수가 현재보다 더 쪼그라들 위험이 있으니, 그 지경에 이르기 전에 조금씩 양보해 타협안을 만들라는 압박이다.
그러나 정치 진영은 각자의 주판알을 튀기며 마크롱 대통령을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번 인선에서 내무 장관직에 유임됐던 브뤼노 르타이오 공화당(LR) 대표는 7일 유럽1 라디오에 출연해 마크롱 대통령이 정부 내에 '마크롱주의자'들만 채우려 했다고 비판하며 "내가 '동거정부'라고 부를 수 있는 정부"가 돼야 정부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을 집권 여당의 들러리가 아닌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우해달라는 취지다.
좌파 진영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금의 정치적 위기를 벗어날 길은 좌파 인물을 총리직에 임명하는 방법뿐이라고 동시다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6일 저녁 TF1 뉴스에 출연해 지난해 조기 총선에서 "좌파에 우선권을 부여했던" 프랑스 국민의 투표가 "존중돼야 한다"며 "만약 우리가 마티뇽(총리실)에 부름을 받으면 긍정적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당의 파비앵 루셀 대표도 7일 라디오 프랑스앵포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게 동거 정부를 수용하고 좌파 총리를 임명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기 총선을 꾸준히 요구해 온 극우 국민연합(RN)은 벌써 차기 정부 구성까지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조르당 바르델라 당 대표는 이날 BFM TV에 출연해 만약 조기 총선 결과 RN이 의회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할 경우 우파 공화당에 "손을 내밀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범여권 내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당 대표인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는 전날 TF1 뉴스에서 "많은 프랑스인처럼 나도 더 이상 대통령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탈 전 총리는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세 번이나 같은 방식을 시도했다.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6월 의회 해산 이후 집권 여당이 의회 다수석을 잃었음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기존 통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했다.
아탈 전 총리는 그러면서 대통령의 결정들이 "권력을 유지하려는 집착의 형태를 느끼게 한다"고 꼬집었다.
범여권 오리종의 대표로 차기 대선을 노리는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는 조기 대선을 요구했다.
마크롱 정부의 초대 총리였던 그는 이날 RTL 방송에서 "이 정치적 위기는 국가의 붕괴다. 오늘날 국가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고 있다"며 내년 예산안이 통과된 후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해야 한다. 즉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2027년 임기가 끝나기 전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간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