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단순한 사고였어’(It Was Just an Accident) ★★★★½ (5개 만점)
▶ 이란의 압제적 체제와 정치적 탄압에 권력 남용의 후유증을 분노하며 고발
▶ 어두운 주제를 중압감을 주지 않고 위트·유머마저 첨가한 인간미 가득
이란의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긴장감 감도는 스릴러이자 복수의 가치와 의미를 묻는 도덕극으로 올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며 프랑스의 2026년도 오스카 국제영화상 부문 출품작이다.
이란의 압제적 체제와 정치적 탄압 그리고 권력의 남용과 그로인한 후유증을 분노하며 고발하고 있는데 묵중하고 어두운 주제를 지녔지만 결코 중압감을 주지 않고 사뿐하고 편안하게 다루었다. 심각한 주제 안에 위트와 유머마저 첨가한 인간미가 가득한 작품으로 일종의 로드 무비라고도 하겠다.
파나히는 2010년에 체제에 반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돼 옥살이를 했는데 아울러 20년간 영화를 못 만들고 해외여행도 금지됐다. 옥중에서 단식투쟁을 벌여 가택연금 상태로 석방이 됐고 그 후 영화제작과 해외여행 금지도 풀려 올 칸영화제에 참석했다. 이 영화는 검열을 피하려고 당국의 허락 없이 만들었다.
영화는 에그발(에브라힘 아지지)가 임신한 아내와 어린 딸을 차에 태우고 밤 시골길을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차를 몰다가 개를 치면서 엔진이 고장이 나 인근의 자동차 정비소를 찾아간다.
에그발이 차를 정비소 직원에게 맡기는데 에그발은 한쪽 다리가 의족이어서 걸을 때 삐거덕 소리를 낸다. 이 소리를 들은 정비소 주인 바히드(발리드 모바세리)가 몸을 숨기면서 바짝 긴장한다. 이어 바히드는 에그발을 미행해 그의 집을 확인한다. 그리고 바히드는 이튿날 아침 고장 난 차를 견인차에 맡기는 에그발을 납치해 자기 밴에 싣는다. 바히드는 차를 사막으로 몰고 가 구덩이를 판 뒤 에그발을 그 안으로 밀어 넣는다.
바히드가 에그발을 납치한 이유는 수년 전 정치범으로 당국에 체포돼 심한 고문과 함께 심문을 한 당국의 요원이 에그발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바히드가 이같은 확신을 하게 된 결정적 단서는 바히드가 에그발(파시어로 의족이라는 뜻)로부터 고문을 받을 때 그가 걸으면서 의족이 내는 삐거덕 소리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히드는 고문을 받을 때 눈을 가린 채 받아 에그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것. 바히드는 이 고문으로 신장을 크게 다쳤다.
사막의 구덩이에 던져진 에그발은 바히드에게 나는 당신을 고문한 사람이 아니고 의족을 하게 된 것도 불과 1년 전이라며 놓아달라고 사정한다. 이에 바히드가 과연 구덩이 속의 에그발이 자기를 고문한 사람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그래서 바히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처럼 당국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책방 주인 살라를 찾아간다. 살라는 바히드에게 조심하라고 조언하면서 역시 고문을 받은 결혼기념 사진사 쉬바(마리암 아프샤리)를 만나라고 이른다. 결혼 전 기념사진을 찍는 한 쌍은 신부 골리(하디스 파크바텐)와 신랑 알리(마지드 파나히). 골리는 알리에게 자기도 에그발로부터 성폭행과 고문을 당했다고 고백하면서 복수심에 불탄다. 여기에 역시 에그발로부터 고문을 당한 노동자 하미드(모하마드 알리 엘리아스메)가 합세해 신부복을 입은 골리를 비롯해 에그발로부터 고문을 받은 일행이 에그발을 실은 밴을 낮과 밤으로 몰고 다니면서 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한다.
분노에 흥분한 하마드는 에그발이 자기를 고문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죽이자고 열을 내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자기들을 고문한 사람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고 의족 끄는 소리만 들었기 때문에 과연 에그발이 진짜로 자기들을 고문한 사람인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의문에 감싸인다. 이와 함께 에그발이 자기들을 고문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과연 복수로 그를 죽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삽화 식으로 바히드 일행이 에그발의 만삭이 된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바히드가 치료비까지 지불하는 유머러스한 장면이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앙상블 연기가 아주 좋고 라스트 장면이 귀기 서린 듯한 여운을 남긴다. 오래 동안 기억에 남을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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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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