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김 부장.”
아내가 희망퇴직 서류에 사인을 하고 집에 돌아온 남편을 지그시 포옹한다. 축 늘어진 어깨와 등을 연신 토닥인다. “왜 당신이야” 묻지도 않고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채근도 하지 않는다. 25년간 대기업 통신사에 다니다 영업 부장으로 퇴직한 남편이 그저 고맙고 안쓰러울 뿐이다. 오십줄을 넘긴 남편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눈물을 흘린다. 중년 직장인 애환을 다룬 TV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한 토막이다.
■김 부장은 드라마 속 ‘가상 인물’만은 아니다. 경기 침체 탓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에, 인력 구조조정에 회사를 떠나야 하는 직장인과 일할 곳을 찾지 못해 눈물을 삼키는 취준생, 바로 ‘우리들’ 얘기다.
■희망퇴직 바람이 일고 있다. 사상 최대 이익에도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 중인 은행권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순익은 22조 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올해 초 2000명 이상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KT와 SK텔레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데 이어 LG유플러스도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600명 규모로 전체 인력의 5.7%에 해당한다. LG전자·현대제철·LG화학·현대면세점·11번가·롯데칠성음료·엔씨소프트 등 업종을 불문하고 희망퇴직의 일상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청년층 채용은 ‘빙하기’다. 8월 기준 ‘쉬었다’는 15~29세 청년층 인구는 45만 명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32만 8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0.9%에 그치고 내년에도 2.0% 달성이 힘들어 보인다. 40~50대의 희망퇴직 한파, 청년층의 채용 삭풍이 고착화될 우려가 큰 이유다. 주 4.5일제와 획일적 정년보장은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켜 고용 여건을 외려 악화시킬 뿐이다. 퇴직 후 재고용 도입, 재취업 교육 강화, 탄력적 근무시간 확대 등을 통해 임금과 고용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노사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김 부장 구하기’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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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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