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인도피 등 혐의…특검 “채상병 사건 격노 후 공수처 수사 피하려 지시”·논란 우려 “빨리 진행”
▶ 대통령실·외교부·법무부 공모… ‘답 정해놓고’ 공관장 자격심사·인사검증·출금해제 ‘일사천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을 수사해온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피의자 6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윤 전 대통령을 범인도피·직권남용·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함께 기소됐다.
호주 도피 의혹은 지난해 3월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사건이다.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은 대사 임명 나흘 만에 출금 조치가 해제됐고, 곧장 출국해 대사로 부임하다가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11일 만에 귀국했다.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이 사망한 넉 달 뒤인 2023년 11월 19일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키기 위해 대사 임명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그해 8월 수사외압의 발단이 된 'VIP 격노설' 등의 의혹 제기가 본격화하고 급기야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자신과 직접 통화한 적이 있는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되자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내보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전되면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차단하기 위해 대사 임명을 추진했다고 판단했다.
이미지 확대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윤석열 전 대통령·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윤석열 전 대통령·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촬영 이진욱] 2025.10.17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7.9 [촬영 신준희] 2025.10.23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과 외교부, 법무부는 차례로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및 출국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공관장자격심사를 주관하는 외교부는 사전에 '적격'으로 결정한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공관장자격심사를 진행했고 인사 검증을 맡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허위 기재된 자기 검증 질문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검증 통과를 결정했다.
또 법무부는 이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한 공수처의 반대에도 출금을 해제해 결과적으로 이 전 장관의 해외 도피를 도왔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이번에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이들도 각 과정에 깊이 개입해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한 인사들이다.
조태용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2023년 12월 장호진 전 차관에게 "이 전 장관을 내년(2024년) 1월까지 호주대사로 보내는 절차에 착수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장 전 차관은 이를 그대로 이행했다.
당시는 임기가 2년가량 남아 있던 기존 호주대사의 특별한 교체 사유가 없었다. 이에 장 전 차관은 갑작스러운 호주 대사 단독 교체에 대한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외교부 인사 담당에게 "호주와 모로코를 엮어서 빨리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진행된 공관장자격심사와 인사 검증, 출국금지 해제 조처 등도 규정에 맞지 않게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특검팀은 봤다.
외교부는 '공관장 자격심사 운영세칙'과 달리 외국어 능력 검정점수 없이 이 전 장관에게 공관장자격심사 신청 자격을 부여했다. 또 미리 '적격'으로 기재해 둔 공관장자격심사위원회 심사 결과서에 심사위원들의 서명만 받는 방식으로 '적격' 결정했다.
법무부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 검증 절차도 사실상 생략됐다. 특히 이시원 전 비서관은 법무부 인사검증보고서 내용 일부를 이 전 장관에게 유리하게 변경한 공직기강비서관실 검증보고서를 최종 승인해 '문제없음'으로 인사 검증을 통과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외교부 장관의 임용 제청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지난해 3월 4일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3월 6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을 거쳐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고 법무부는 3월 8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을 수사하던 공수처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출금 해제를 위한 필수 절차인 출국금지심의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해제 방침'을 정해놓고 일사천리로 이를 진행했다는 게 특검팀의 수사 결과다.
결국 이 전 장관은 그달 10일 신임장 수여식도 생략한 채 서둘러 호주로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이후 군 출신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전례가 없을뿐더러 비외교 분야 인사가 호주 대사로 임명된 것 또한 이 전 장관이 처음이라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특검팀은 법무부 장·차관에게서 전달받은 출금 해제 지시를 하달한 이재유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경우 수사 과정에 충실히 협조했다는 사유를 들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