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비오 “모든 원유 확보 계약”
▶ 대신 팔고 수익 용처도 결정
▶ 석유 통제로 중·러 협력 차단
▶ 러시아 국적 유조선까지 나포

미 해안경비대가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상에서 추적한 유조선 벨라1호의 모습. [로이터]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판매를 무기한 통제한다. 베네수엘라의 신속한 재건과 변화 유도가 명분이지만, 자원 이권을 챙기고 중국·러시아 등 적대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발상인 셈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7일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확보하기 위한 계약을 진행 중이며 체결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수출 봉쇄와 제재로 인해 원유를 팔지 못하고 쌓아 두고 있다며, 그중 미국이 3,000만~5,000만 배럴을 인수해 시장에서 시가로 판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과의 협력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베네수엘라엔 협조 외 대안이 없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해 간 미국의 추가 공격 가능성이 살아 있는 데다 경제 의존도가 막대한 원유 수출이 미국의 봉쇄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실은 이날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국회 소위원회 위원장들에게 “국가는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이 되는 조건이라면 에너지 관계에 개방적”이라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자국산 원유 수출 개입을 옹호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과의 원유 수출 협상에 진전을 보고 있다고 전한 뒤 “이 과정은 셰브런 등 글로벌 기업에 적용되는 것과 유사한 틀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상업적 거래에 엄격히 기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업성’의 강조는 일방적 자원 양도 아니냐는 자국 내 논란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통제는 정해진 기한도 없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주최 행사에 참석해 “우선 비축된 원유를 판매하고 향후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원유를 무기한으로 시장에 내다 팔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금 사용처도 미국이 결정한다. 라이트 장관은 “(원유 판매) 수익금은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은행 계좌에 예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용처에 대해 “미국 정부의 재량에 따라 미국인과 베네수엘라인의 이익을 위해 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제의 표면적 목표는 정책 개입이다. 라이트 장관은 “우리가 베네수엘라에서 꼭 일어나야 하는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이 원유 판매에 대한 지렛대와 통제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부터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안정화 비용과 더불어 마두로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2007년 석유 산업 국유화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입은 손해를 원유 판매 수익금으로 충당할 공산이 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최대 석유 업체 엑손모빌의 경우 받을 돈을 200억 달러(약 29조 원)로 추산했다.
양국의 배타적 거래도 미국 기업에는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가 석유 판매 수익금으로 미국산 제품만 구입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다만 이익을 보려면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미국 대기업들이 선뜻 재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독려를 위해 9일 백악관에서 주요 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적대국과 베네수엘라 간 연계를 끊는 것도 석유 통제로 가능하다. ABC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베네수엘라가 중국, 이란, 러시아, 쿠바와의 경제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요구가 관철되면 특히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대체 조달처를 찾아야 한다. 러시아 국적 선박까지 포함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불법 운송하는 유조선의 적극 나포에 나서고 있는 것도 공세 강화의 일환이다.
‘포스트 마두로’ 구상은 아직 추상적이다. 이날 루비오 장관은 ‘안정화→회복→전환’ 3단계 계획을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것은 아니다. 레빗 대변인은 선거 실시에 대해 “아직 이르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이 베네수엘라의 미래와 관련해 “적절하고 신중한 권력 이양의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는데, 미국이 조기 대선을 치르기보다 임시 대통령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편을 택하리라는 암시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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