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없는 활동범위·의사결정체계·유엔 상충 우려 공개 제기
▶ 가자지구로 범위 좁혀 ‘제한적 협력’ 의향만 드러내

22일(현지시간) 열린 평화위원회 출범식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 국제기구인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면서 사실상 정면으로 집단 반기를 들었다.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2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를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활동 범위, 의사결정 체계(거버넌스), 유엔 헌장과의 정합성 등 평화위원회 헌장에 포함된 여러 요소에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린란드 위기'가 급속히 고조됐다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군사 행동 위협을 거둬 대서양 동맹 사이 긴장이 일단 완화된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기 위해 열렸다.
EU 정상들의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고 참여를 주저하는 유럽 주요국들의 의심스러운 시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재건을 마칠 때까지 이 지역을 통치할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다보스에서 공식 출범한 평화위원회는 사실상 세계 모든 국제 분쟁에 관여할 수 있는 '유엔 대체 기구' 성격을 띤다는 지적이 많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원래 취지대로 평화위원회가 가자 지구에 국한해 활동한다면 EU 각국이 참여할 수 있다고 제한적인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위원회가 과도 행정기구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가자를 위한 포괄적 평화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EU 회원국 대부분은 평화위원회 참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거나 참여를 유보하고 있다.
각국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참여 의사를 확실하게 밝힌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26개국이다.
알바니아, 아르헨티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벨라루스, 불가리아, 이집트, 헝가리,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요르단, 카자흐스탄, 코소보, 쿠웨이트, 몽골, 모로코, 파키스탄, 파라과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이 포함된다.
프랑스는 평화위원회의 헌장이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자국 지위와 양립할 수 없다면서 선명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정상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자국이 이 기구 참여 초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심 우방 영국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초청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평화위원회 가입을 유보한 상태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에서 EU 지도자들은 이번 '그린란드 위기' 이후 언제든 다시 닥칠 수 있는 미국발 충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계속해서 우리의 이익을 지켜나가고, 어떤 종류의 강압에도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겠다"며 "EU는 이를 실행할 힘과 수단을 갖추고 있고, 필요하다면 그 힘과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 위기 속에서 군사 행동과 관세 카드를 꺼낸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EU는 상호 경제에 큰 충격을 줄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검토와 미중 무역 합의 이행 보류라는 초강경 카드로 맞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은 여전히 러시아의 잠재적인 위협에 맞서 미국에 안보를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젠 공공연히 군사적 위협까지 가하는 동맹인 미국을 상대로 주권과 존엄을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관계를 관리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대서양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모든 유럽인에게 중요하다는 점은 절대적으로 명백하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오늘날 정치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지배가 아니라 파트너 간의 신뢰와 존중이지 강압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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