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 반도에 있는 시내산 등정을 마친 우리 순례단은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에 도착해 2025년도 11월 1일 새로 개관한 New Grand Egyptian Musem을 방문했다. 그곳은 5만 점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물을 소장한 박물관으로 당시 부유하고 강성했던 고대 이집트의 위용을 볼 수 있었고 또한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출토된 5000여 점이 넘는 보물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감탄을 멈출 수 없게 했다.
수 천년 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룩스로의 장엄함 건축물 외에도 수많은 문화 문명의 유산들을 인류 역사에 남겨놓은 위대했던 나라 이집트, 그 이집트가 수니파 이슬람을 국교로 채택하면서부터 그로 인해 이천여 년 역사의 토착 종교인 콥트 기독교는 인구 중 10%만 믿는 소수 종파로 전락되었다. 한 조상의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기독교에 대한 무슬림들의 적개심으로 인해 콥트교 신자들은 처절한 탄압과 박해를 받아왔다고 한다.
우리 순례단들은 그중에 콥트 교회의 성지중 하나인 카이로의 성 시몬 교회 (일명 동굴교회)를 방문했다. 그곳은 모카탐이라는 산의 절벽을 깎아서 만든 동굴 교회로 약 이만여 명이 동시에 예배드릴 수 있는 거대하고 장엄한 아름다운 예배당이었다. 그곳으로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곳이 있는데 일명 쓰레기 마을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이곳은 삼만여 콥트교 신자들의 공동체 마을로 그들의 삶의 터전이자 주거지이다.
직접 수거한 카이로의 방대한 쓰레기를 마을로 가져와 수 작업을 통해 재생사업 하는 곳으로 그곳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이라고 한다. 버스로 지나면서 본 쓰레기 마을의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장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곳곳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어마어마한 쓰레기 포대를 가득 실은 소형 트럭들이 쉴 새 없이 연이어 들어오고 있었다. 도로 양 옆의 집들과 빌딩들은 쓰레기들로 동산을 이뤘고 눈을 돌리는 곳마다 흩어진 쓰레기로 차도와 인도가 구별이 안 됐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말쑥하게 차려입은 건장한 젊은 남자들이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풀어놓은 쓰레기 더미를 헤쳐가며 빠른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골라내고 있었다. 어느 청년은 기억자로 허리를 꺾더니 동료들이 얹어준 큰 쓰레기 포대를 가뿐히 옮기고 있었다. 또한 몇몇 주민들은 순한 미소를 지으며 먼 나라에서 온 우리 이방인들을 향해 손 인사를 해 주었다.
관광버스가 동굴교회 앞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이 관광객 주위로 몰려든다. 그중엔 맨발인 아이들도 보였다. 돈이나 먹을 것을 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아이들 손에 나는 아무것도 쥐어주진 못했지만, 아이들 오른 손목 안쪽에 기독교인임을 당당히 보여주는 십자가 문신을 보았다. 비록 카이로 시내의 무슬림 시민들이 내 버린 쓰레기지만 콥트 크리스천들에게는 그 쓰레기가 돈으로 바꿔지기에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날 저녁 우리 순례단들은 나일강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이집트의 전통 음식을 먹으며 화려한 민속춤을 관람하였다. 그러나 나는 쓰레기 포대를 옮기기 위해 허리를 기억자로 꺾던 청년의 등과, 뭐라도 달라고 손을 내밀던 아이들의 애잔한 눈망울들이 가수가 부르는 올드 팝송과 섞이게 되자 마을을 뒤돌아 나오면서부터 비죽거리던 눈물이 기어코 터지고 말았다. 가난과 핍박이 있다 해도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쓰레기가 있어서 행복한 콥트교의 성도들, 가릴 것도 없이 솔직하게 벌겨 벗겨진 노동의 현장 모습은 숭고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날 유람선 안에서 쉴 새 없이 솟아나는 눈물 때문에 크루즈에서만 볼 수 있는 나일강가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지 못했다. 비록 열악한 환경과 악취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그곳에도 PC방, 음식점 이발소 식료품 가게가 있고, 폐기물이 쌓여 있는 빌딩 건물마다 지역 주민들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모든 상점들이 다 있다. 그러나 외부 사람들은 그곳을 모카탐이라는 정식 지명 대신 쓰레기 마을이라고 불렀다.
카이로의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나는 기도 한 마디를 이집트에 남겨 놓고 떠났다.
가끔씩 해외 토픽란에 나오는 콥트 신자들에 대한 테러나 학살, 탄압이 더 이상 없기를,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던 아이들이 비록 이슬람 나라지만 같은 시민으로 평등하게 대우받으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 한 마디를. 콥트 크리스천들이여 부디 평안하세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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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실 시인 /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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