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서 낚시하면 피어나 배를 타고 출조하는 바다낚시가 먼저 머리에 떠오르지만 저수지와 계곡 그리고 호수에서 즐기는 민물낚시 또한 나름대로의 멋과 낭만이 가득하다. 차갑게 흐르는 계곡 물에서 목격되는 송어의 몸부림은 낚시꾼들을 흥분에 몰아넣고 낚싯대가 부러질 것 같은 팔뚝만한 잉어와의 싸움은 하루종일 자리를 지켰던 지루함을 한순간에 떨구어버린다.
지역이 넓은 만큼 남가주 곳곳에는 민물낚시의 ‘명당’이 수없이 많다. 꾼들의 조행기를 들어보고 그들이 추천하는 낚시터로 늦여름 더위를 피해 떠나보자.
웨스트 LA에 거주하는 최정호(31)씨는 "호수나 계곡 물에서 낚시를 캐스팅 할 때마다 나 자신이 대자연의 한 조각임을 느낀다"고 말한다. 한 조각이라도 자연과 함께 한다는 즐거움이 민물낚시를 사랑하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최씨에 따르면 남가주는 저수지와 호수 낚시로 유명하지만 계곡 출조에도 매우 유리한 지리적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각 지역에 숨겨진 많은 낚시터들이 강태공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고 전한다. "대자연의 경이로움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축복이기에 매번 출조 후 일상으로 돌아올 때마다 감사기도 드리고, 자연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며 깨끗이 보존할 것을 늘 다짐하며 낚시를 즐기고 있다"는 최씨는 낚시를 하지 않았을 때 무심코 지나쳤을 호수와 계곡 그리고 그 안에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물고기의 모습과 자연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느끼고 자연 속에 머무르며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 바로 낚시가 주는 인생의 교훈이라고 전한다.
낚시는 자연을 느끼고 좋은 벗들과 사귀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인생의 또 다른 동반자로 월 2회 정도 정기적으로 출조를 하고 있다는 최정호씨는 비숍의 사브리나 레이크, 킹스 캐년 등을 가주 최고의 민물낚시터로 꼽았다.
가디나에 거주하는 심노엘(35)씨는 1년에 서너번 정도 낚싯대를 챙기는 초보자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탈출해 낚시를 떠나는 날이면 마치 소년이 된 듯 마음이 들뜬다. 지난 노동절에는 친한 사람들과 빅베어로 가족단위 낚시여행을 나섰다. 사람들과의 여담으로 밤잠을 설쳤지만 새벽 동이 트기가 무섭게 피곤한 눈을 비비며 낚시터로 향했다. 눈앞에서 송어가 뛰노는 빅베어댐 근처에서 캐스팅을 했지만 5여시간 동안 입질 한번 느껴 보지 못했다. 이튿날도 마찬가지, 같은 장소에서 7여시간을 낚시바늘만 잡아먹는 수초와 싸우며 허비했다.
LA로 돌아오기 하루 전날, 속는 셈치고 이번에는 호수 반대쪽에 있는 다리로 향했다. 이곳 역시 낚시꾼들은 50명이 훨씬 넘었지만 그들의 망태기는 모두 비워져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눈앞에 코가 시뻘건 주정배기 할아버지가 나타난다. "저곳 방파제에 가보시오" 예언 비슷한 말 한 마디만을 믿고 자리를 잡았다. 황금 연휴를 즐기는 제트스키족들의 모습만을 3시간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손끝에서 예사롭지 못한 느낌이 온다. 10여분간의 사투 끝에 올라온 잉어는 2피트는 족히 되어 보인다. "이 맛에 낚시를 하는가 봅니다. 사흘 동안 단 한 마리만을 낚았지만 기분은 최고였습니다" 심씨의 노동절 ‘대어’ 조행기는 3주가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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