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영화제작자인 재닛 그릴로(41)는 유기재배한 식품만 사먹고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지도 않으며 건강에 관한 최신 뉴스는 모두 알고 있지만 건강진단을 받은게 언제인지는 모른다. 어머니를 따라 소아과에 다닌 이후에는 병원에 가본 일이 없는 그릴로는 몸이 좀 안좋으면 약초차를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 뿐이다.
뉴욕의 TV 프로듀서 행크 노먼(33)도 몇 년동안 의사 만나기를 기피해왔다. 인체란 병들었다가도 스스로 낫는 법이므로 의사에게 가는 것은 약하다는 표시라고 생각하며 자라왔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분석한다.
유방암 전문의인 웬디 로건-영 박사는 유방에 몽우리가 생긴 것을 보고 내과의사에게 가는 것도 중지하고 5년이나 감추고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심한 설사와 함께 15파운드나 살이 빠지면서 내과의사인 남편 손에 이끌려 강제로 병원에 갔지만 6개월만에 죽은 시어머니를 갖고 있다.
사상 유례없이 많은 건강에 관한 정보 및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이 소비자들의 귀에 들리는 요즘 세상에 건강진단도 받지 않고 병원을 멀리하는 사람들도 주위에 흔하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는 없지만 보건당국자들은 돈도 있고 건강보험도 있고 좋은 병원이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찰받으로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에 동의하고 있다.
도대체 왜 많은 사람들이 의사 만나기를 꺼리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일단의 사회학자 및 임상의들은 의사를 만날 시간도, 필요성도 없다는 사람부터 나쁜 소식을 들을 가능성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사람등 여러 부류에 관해 연구중이다.
인터넷에서도 쉽게 건강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다가 오진등 의료사고가 겁나기도 하고 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너무 바빠 조금 아프다고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 등 사연도 가지가지지만 이밖에도 이유는 더 있다. 아직도 체중을 줄이지 않았다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등 자기 건강을 해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의사를 만나서 야단맏기 싫어서 차일피일 미루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치료를 받아도 죽을 것이라는 기분에 가지 않는다. 반대로 자기는 어떻게든 좋아질 것이라고 지나치게 낙관해서 가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발기불능이나 뇨실금 같은 증세에 관해 이야기하기가 챙피해서 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 많은 이유들의 뒤에있는 감정은 바로 두려움이다. 환자들이 나쁜 소식을 들을까봐. 불편한 검사를 할까봐, 부끄러운 이야기를 해야할까봐 두려워하는데는 과거 가정 주치의가 의사이면서 친구이자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지인이었던 시절의 환자-의사간 관계가 단절된 것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
미국내과의사협회는 40세 이후에는 매년 신체검사를 시작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요즘같은 HMO 시대에는 의사도 환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시간이 없고 환자도 잘 모르는 의사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환자들이 직장도 잘 바꾸고 보험도 잘 바꿔 의사도 바꿀 수밖에 없지만 사회자체의 변화로 의사들에게도 변화가 많은 것이 요즘 현실이다. 43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남자 3명중 1명, 여자 5명중 1명은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
한편 오클랜드의 카이저 퍼머넌티 의료프로그램이 1만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은 자기가 스스로 고른 의사에게서 치료받으면 더욱 만족감을 느끼고 더 많이 외래방문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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