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두 가정의 이민의 꿈을 날려버린 어처구니 없는 살인극이었다.
9일 발생한 휴스턴 총격 살인사건은 지극히 평범했던 가정이 의처증과 가정불화, 도박 등으로 무너지면서 발생한 전형적인 실패한 이민가정의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자신의 부인과 장정웅씨 일가족등 4명을 살해하고 자살한 박기영씨(54)는 25년전 캘리포니아주에서 휴스턴으로 이주한 뒤 피에스타 지역에서 잡화가게를 운영하다 ‘스톱 앤 고’라는 편의점을 열어 목돈을 손에 쥐기 시작, 상가건물을 소유하는등 한때 성공한 이민자의 생활을 해왔다.
이민 초기 박씨를 알았던 사람들은 ‘정말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 ‘일만 아는 사람으로 하루 14-16시간씩의 고된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사람’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박씨의 성격이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은 3년전부터라고 주변에서 전하고 있다. 부인 박병순씨(42)에 대한 의심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인근 레이크 찰스 도박장을 출입하면서 그동안 모아둔 재산의 상당부분을 탕진하면서 과격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등 생활이 삐둘어지기 시작했다는 것.
특히 박씨의 의처증은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실제로 휴스턴 경찰국 자료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98년 부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기도 했다. 박씨 부인은 남편의 폭력 때문에 집을 나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신의 업소 냉장실에서 사망한채 발견되기 바로 얼마 전에도 수일동안 집을 나가 있었다고 주변 한인들은 전했다.
머리에 한발의 총격을 받고 숨진채 발견된 박씨의 아내 병순씨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휴스턴에는 친정부모와 남동생 두명이 거주하고 있다. 병순씨는 4남1녀중 중간으로 위로 두명의 오빠가 있었으나 모두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며 이번에 자신마저 비명에 가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씨는 대학에 다니는 딸(18)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17), 딸(16)등 1남2녀를 두고있다.
한편 아내와 막내딸과 함께 목숨을 잃은 장정웅씨는 경북 점촌출신으로 철도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미국에 이민온후 ‘스미스’라는 미국인 회사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80년부터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 휴스턴의 흑인밀집 지역에서 소매상을 열어 돈을 모은 뒤 89년 미용재료 및 의류 도매상인 ‘앰코트레이딩’을 세웠다. 장씨의 친구 조명희씨는 "장씨가 의리있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는등 마음이 따스했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오영국 체육회장은 "장씨와 박씨 두사람은 한때 가까이 지냈던 사이였는데 박씨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면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장씨 가족이나 의처증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박씨 모두 결국은 희생자란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 했다. 장씨는 출가한 두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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