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대체 저런 영화가 잘되는 것이 이해가 안돼." "꽤 잘 만들었는데 왜 흥행이 안될까."
물론 흥행이란게 예측불가능하다. 좋게 말해 흥행사업이고 영상문화지, 영화는 일종의 도박이다. 아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흥행의 실패나 성공이 이해가 안되거나 흥행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그야말로 눈감고 내지르기일까.
충무로에는 잘못된 악습이 하나 있다. 자신이 흥행성공을 장담하지 않은 영화에 관객이 몰리면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 영화의 흥행요소가 무엇인지, 자신이 생각한 것과 관객의 반응이 왜, 어떻게 해서 다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자카르타’같은 3류 싸구려 코믹액션물이 서울 30만명을 기록했다. 이를 단순히 "특별히 볼 영화가 없는 중학생이 몰려서"라고 간단히 얘기하고 말 것인가. 중학생이라고 재미없는 영화를 억지로 볼까. 대박에는 반드시 뭔가가 있다.
#2
지난해 연말부터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멜로영화. 그러나 기대와 달리 흥행이 신통하지 않다.
그중에는 ‘순애보’처럼 세련되고 꼼꼼하게 만든 영화도 있다. 예외없이 스타들이 나왔고 내로라는 제작사의 작품이었다.
’순애보’는 이정재, ‘신라의 달밤’은 박중훈,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설경구와 전도연, ‘하루’는 이성재와 고소영이 나왔다. 옛날 같으면 이름만으로 기본은 보장받는 배우다. 배급에도 어려움이 없어 원하는 대로 극장도 잡았다.
’순애보’는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처럼 섬세하고, ‘신라의 달밤’은 고향처럼 푸근하고, ‘나도.’는 아기자기한 일상이 이어지고, ‘하루’는 슬프다. 영화는 한가지 감정만 잘 잡아도 성공한다. 문제는 관객의 감정이입이다. 최근 멜로들은 관객의 마음을 읽지 못하거나 한걸음 뒤쳐진다.
세련되고 깔끔한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약속’이나 ‘편지’처럼 노골적인 슬픔이라도 그것이 관객의 감정과 일치되도록 하면 성공한다.
’신라의 달밤’은 현재성과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막연한 복고에 매달렸고, ‘나도.’는 결혼대상자로 거쳐야 할 갈등과 시행착오를 생략한 채 끝났다. ‘하루’에는 정말 아이의 존재가 자연스럽고 소중한 생활이나 삶이 보이지 않는다.
그마나 3일 개봉한 ‘번지점프를 하다’가 최근 나온 멜로물 중에서 가장 돋보이고 관객에게 만족을 주고 또 어설픈 동성애 영화라고 비웃지 않는 것도 색다른 소재 때문이 아니라 관객이 인우(이병헌)만큼은 아니더라도 환생한 고교생 현빈을 태희(이은주)로 받아들이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지만.
#3
’공동경비구역 JSA’의 제작자인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영화의 흥행은 예측불가능하지만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영화는 기획에서 시나리오, 캐스팅, 연기, 촬영, 편집, 마케팅 등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그때마다 얼마든지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약점이란 관객의 감정과 유리되는 요소다. 관객의 감정리듬을 잡지 못하는 머리로 만든 것들이다. 그것들을 하나씩 줄어가면 어느 정도 흥행에 대한 예측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관객이 돼 영화를 만들고 보면 흥행의 결과가 보인다.
그렇다면 영화는 도박이 아니다.
<사진설명>
관객과의 감정교류에 성공하면 영화도 성공한다. ‘번지점프를 하다’가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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