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인 이정남군(재커리 배틀스), 집념의 표상으로 화제
에이미 배틀스 젠슨은 자신의 남동생이 될 소년을 처음 만났던 1988년 8월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열 살이었던 에이미는 양부모가 입양할 네 번째 형제를 만나기 위해 뉴욕의 존 F. 케네디공항에 따라갔었다.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었던 네 살짜리 남동생은 에이미처럼 한국아이였다.
"영화 E.T.가 한창 히트하고 있었다. 우리는 차속에서 그에게 영화속의 대사인 ‘E.T., 집에 전화한다’는 말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집에 올때까지 계속 그 말을 되풀이했다"
에이미는 이렇게 당시를 회상한다.
세월이 흘러 이 한인소년은 이제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재커리 배틀스(한국명 이정남)는 어릴적의 E.T. 추억처럼 곧 영국에서 펜실베니아 스테이트 칼리지에 있는 집으로 전화를 할 것이다.
올해 21세의 재커리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할 유명한 로우즈 장학생으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그는 전국의 수재 950명이 응모한 가장 명예로운 장학생 선발에서 최종 확정된 32명중 하나가 된 것이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로우즈 장학생 선발기준에는 도덕성을 비롯, 지도력, 학업능력, 그리고 뛰어난 체력등이 있는데 나는 여기에 미달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커리는 수줍은 듯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재커리의 겸손에 동의하지 않는다.
펜 스테이트에서 평점 4.0으로 만점을 기록한 그는 오는 5월 수학, 컴퓨터 사이언스, 불어등 세 개의 학위를 갖고 졸업할 예정이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재커리는 남들이 모두 휴가와 여행을 즐기는 방학때 보스니아 난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식당 주방에서 청소를 했으며 우크라이나, 코스타리카등지의 신체장애자들을 도우면서 보냈다.
"재커리 배틀스는 걸어 다니는 집념의 표상이다. 그는 엄청난 환경적 제약과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을 이뤘다"
펜 스테이트에서 장학업무를 총괄했던 메어리 게이지는 말한다.
중산층이었던 친부모에 의해서 고아원에 맡겨진 그는 4년 후에야 입양될 수 있었다.
신앙심이 강한 음악교사 리처드 배틀스와 부인 바바라는 베키(32), 크리스(30), 매튜(19)등 3명의 친자녀가 있지만 3개국에서 장애자만 모두 15명을 입양했다.
배틀스 부부는 어려서부터 재커리의 비범함을 감지했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깨우쳤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나무에 올라가 뛰어내리기도 했다. 그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모든 것을 궁금해 했다.
맹인을 위한 특수 컴퓨터와 음성합성장치로 공부를 한 그는 스테이트 칼리지 고교에서 A학점만받았다. 한 해에는 전국의 맹인 학생 가운데 가장 많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
"재커리는 내 교직생활 최대의 기쁨 가운데 하나다"
그의 화학선생 마거리트 치올코즈의 말이다.
재커리는 시력이 차단된 맹인이었지만 실험실 버너의 불꽃소리를 듣고 그 온도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는 트럼펫도 배웠고 체스팀의 스타로도 활약했다.
명망있는 로우즈 장학생으로 선발된 재커리는 현재 옥스퍼드에서의 공부에 꿈이 부풀어 있다. 공부 이외에도 그는 국제구호에 계속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인류를 돕는 것이 나의 책임 가운데 하나다. 로우즈 장학금은 학업은 물론 지도력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로우즈 장학금이 있건없건 나는 남을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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