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CF 출연 화제-성전환 새내기 연예인
그는 남자다.
그의 주민등록증 뒷 번호는 ‘1’로 시작한다. 당연히 남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병무청 신체검사도 받은 적 있다. 틀림없는 남자다.
그는 여자다.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희고, 몸매는 볼륨과 탄력이 넘친다. 섬세하고 여리며, 남성에 대한 솔직한 호기심도 숨기지 않는다. 틀림없는 여자다. 재능과 끼가 웬만한 연예인 스타보다 넘칠 뿐 아니라 매우 아름답다. 그가 춤을 곁들여 엄정화나 이정현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모두 매혹당하고 만다. 그렇게 매력넘치는 여자다.
하리수(22·예명). 그를 소개하려면 설명이 길어진다. 성적(性的) 소수자에 대한 이해는커녕 기초 지식조차도 없는 우리 사회 분위기 탓에 어쩔 수 없다. 하리수는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transgender)다. 그리고 배우와 가수 데뷔를 눈 앞에 둔 새내기 연예인이다.
따듯한 봄볕 아래 그와 데이트하며, 여자나 남자가 아닌 한 ‘인간’의 속내를 살짝 들여다봤다.
♥ He is beautiful?성전환자라고 스스로 밝히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하리수를 당연히 여자로 보며 "야! 예쁜데!"라고 감탄할 것이다. 하리수가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미모의 여자인 때문이다. 하리수의 겉 모습에서 남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징후는 전혀 없다.
그를 모델로 기용한 한 여성 화장품 광고에서 남성의 특징인 목젖을 강조했으나 그것도 실제완 거리가 멀다. 그의 목젖은 흔적으로만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CF에서 그가 보여준 목젖은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자로 살지 않았다. 남자 고교를 졸업했지만 사춘기도 여자로 통과했다. 나의 성적 정체성은 항상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 내 딸아 수고했다 성전환자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곧바로 온갖 호기심 코드를 작동시킨다. 대부분 ‘그건 있을까’라는 식의 몸에 관한 일차적인 호기심을 발동시키고, 그나마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정도의 동정심을 발휘한다.
천박한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예의를 갖추느라 꾹꾹 눌러 참았단 호기심을 끝내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그러면 몸은 온전히 여자인가요?"
무례한 질문에도 그는 "호호호" 웃으며 답한다. "딱 한가지 자궁이 없어 아기 출산이 불가능하다는 것만 빼곤 온전한 여자예요."(목소리도 여자다)
"수술하고 난 다음에 기분이 어땠어요?" "두터운 옷을 입고 지내다 상쾌한 옷으로 갈아 입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수술 결심을 하기까지 매우 힘들었을텐데?"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반대했던 엄마가 일본에서 수술한 다음 귀국하자 김포공항에서 나를 껴안으며 ‘내 딸아 수고했다’고 했을 때 정말 기분좋았어요."
인터뷰 시간이 길어질수록 하리수는 천박한 호기심의 기자를 낮뜨겁게 만들었다. 그는 호기심의 대상 이전에 한 명의 ‘착한 사람’이었고, 성적 소수자란 사실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인간이었다. 순수한 사랑과 세상을 열망하고, 인간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 ‘된 사람’이었다.
♥ 낯설지만 아름다운 도전하리수는 현재 영화 <노랑머리 2>(픽션뱅크, 김유민 감독)에 출연 중이며, 영화 촬영을 마친 다음엔 가수로도 데뷔할 예정이다. 도도화장품 광고모델로 잠깐 알려지자 벌써 다음 나우누리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낳고 자란 그는 고교 졸업 직후인 97년 일본으로 떠났으며 그곳에서 98년 초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사진=송영신 기자 yssong@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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