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 인종들이 모여 합중국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던 터이라 그 이유로서는 너도나도 바다를 건너오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려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으로 아무래도 기초영어를 왓도 이스 닷도? (What is that?)로 배운 일본식 발음에다가 한국에서는 원서를 읽는 외에는 회화는 거의 해볼 기회가 없어 반세기가 넘게 입을 다물고 있다 보니 아주 쉬운 말조차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체면과 위신을 다 접어 두고 찾아 간 곳이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인학교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까지 많은 인종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으리라고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보고 나서야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몇명이 안 되는 소그룹인데도 내 반에는 한국사람인 나를 비롯해서 중국(대만)사람, 아르헨티나 사람, 아프카니스탄 사람, 멕시코 사람 등 마치 일부러 각각 다른 나라 사람들을 한자리에다 불러 모아놓은 것 같다.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나 같은 경우는 글은 좀 알고 있지만 말이 서툴러 찾아 왔는데 비해 다른 사람들은 거의가 다 말은 곧잘 하면서도 글이 서툴러서 왔다는 점이다.
이제야 나는 몇 가지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흔히 미국시민이면서도 말끝마다 "미국사람들은 말이에요" 하고 말을 시작하거나, 9.11테러 사건에 관한 대화에서도 "나만 제일이라는 미국사람들의 교만은 버려야 한다"든가, "미국사람들은 이 기회에 크게 자성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이와는 정반대로 "우리가 앞장서서 도와야 해!"라든가 "우리도 헌혈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스스로가 미국이 좋아서 찾아와 미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서약까지 하여 미국시민이 되었으면서도 제3자처럼 말을 하고 있으니 이는 그의 마음 중심이 아직도 미국이 나의 나라로 자리하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이 모국이므로 한국인이 뿌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로 법적 절차를 밟아 미국시민으로서 본분을 다 하겠다고 선서를 한 이상은 미국을 위해 애국 애족을 하는 게 당연하며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학을 하거나 임시 미국에 머물러 있는 한국 국적의 사람이 아닌 이민자들에게 있어서는 자기의 나라가 분명히 1776년에 독립을 선언한 미국인 것이다. 그러므로 앞의 대화는 "우리들은 말이에요"라고 해야 되고, "나만 제일이라는 우리들의 교만을 버려야 한다"라고 해야 한다.
또한 "우리들은 이 기회에 크게 자성해야 한다"든가 "우리가 앞장서서 해야 해!" "우리가 헌혈을 해야 한다"는 말로 주인의식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누가 미국사람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자들은 모두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이 땅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의 뒤를 잇는 당당한 미국인이다. 결코 제3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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