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단상
▶ 심혜선<한인청소년 회관 부모교실 담당>
얼마전 어머니와 함께 우연히 근처 초등학교를 지나가다가 어머니가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유심히 보시더니 옛날 고만했던 나를 키우던 생각이 나셨나보다. 학교 소풍 때의 추억이며, 치과에 데려갔을 때 내가 너무 우니까 엄마가 옆에 있으면 더 운다고 바깥으로 쫓겨(?) 나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신 이야기 등 한참 옛날 이야기를 하셨다.
이제는 학부모 역할에서 졸업하신 어머니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세월이 지났구나"하고 가버린 세월이 못내 아쉬운 듯 말씀하셨다.
자녀를 키우면서 최선을 다하느라고 하지만 부모 마음에 항상 "그때 좀 더 잘해줄걸…"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우리 학부모 교실에서도 많은 부모들이 말씀하시는 공통된 말이다.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너무 바빠서…"라는 말 한마디. 부모로서 많은 아쉬움이 숨어 있는 말이다.
부모들의 아쉬움은 한편으로는 연말에 느끼는 우리 모두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어느덧 연말이 되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어느새 뚝딱 지나가 버린 한 해가 아쉬워지는 계절이다.
지난 1월에 세웠던 신년 계획표가 용두사미가 된 것은 아닌지, 하고자 계획했던 일들 중에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일들은 없는지 살펴보게 되고, "그때 좀 더 잘 해나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시기이다.
자녀를 키우는 것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여 어디 넘어지지나 않을까 계속 눈을 떼지 못하던 시절, 예방접종 후 밤새 보채는 아이 때문에 다음날 껄끄러운 눈을 비비며 직장에서 일했던 기억, 학부모가 되어 남모르게 뿌듯했던 추억, 정신 없이 지나간 자녀의 사춘기. 성년이 된 자녀를 보면 어느새 벌써… 라는 마음과 함께 자녀가 어렸을 때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제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여 새롭게 각오를 하고 신년 계획표를 세운다. 새해에는 금연을 하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계획들도 좋지만 자녀에 관한 계획을 한가지 추가함은 어떨까. 새해에는 자녀에게 안 된다고 하기 전에 자녀의 의견을 한번 더 물어보리라, 자녀에게 가끔은 어깨 툭 쳐주며 눈 한번 찡긋해 보리라, 그리고 학교에서 열리는 학부모 행사나 세미나에 더 많이 참석하리라 등등.
운동장의 아이들을 다시 한번 차창 너머로 힐끗 뒤돌아보시는 백발의 어머니에게 내가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 딸로 태어날 테니 그때 멋있게 키워보세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반색을 하시면서 "그래, 꼭 그렇게 하자. 다음 번에는 이번보다 더 잘해줄 거야"라고 하셨다.
매순간 성실하게 생활한다고 해도 돌아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듯이 나에게는 항상 100점짜리 엄마였던 우리 어머니도 "더 잘해 줄걸"이라는 아쉬움으로 다음 번에는 150점 엄마로 되고 싶으신가보다. 마치 한해가 저무는 무렵, 보다 나은 새해를 소망하듯이. 이번 연말에도 "아이들한테 더 잘해줄 걸"하고 느끼실 모든 학부모들께 좋은 새해를 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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