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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해마다 연초면 ‘올해는 이러 저런 한해가 될 것’이란 예측이 지면을 장식한다. 월 스트릿 저널은 월가의 증권 전문가 11명의 올 주가 전망을 모은 기사를 실었다. 이 가운데 주가 하락을 점친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금융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이 그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았으니 올해는 안심하고 주식 투자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참고할 사항이 하나 있다. 이들 11명 중 작년 주가가 그 정도로 떨어지리라고 맞힌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미래를 점친다는 것이 어려운 일임에도 해마다 온갖 예측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미래를 알고 싶다는 간절한 인간의 욕망이다. 내일 당장 자신과 자기 가족,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직장과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또 하나는 짧은 인간의 기억력이다. 1년만 지나면 작년에 누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년 9·11 테러가 터진 후 태국 점성가가 이를 예언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태국 영자신문 네이션에 따르면 태국의 유명 점성가 소랏자 누안유라는 사람이 연초 태국 여성잡지에 게재한 ‘올해의 운세’라는 글에서 9월 미국에서 대통령의 생명을 노리는 중대 사건이 발생할 것이며 주가도 폭락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누안유라는 이는 용한 점쟁이 같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용한 점쟁이’가 전 세계에 수천, 수만 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저마다 제각각 별별 예언을 다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비슷하게 들어맞는 것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중 누가 진짜 올해 일어날 일을 맞출 지는 한 해가 지나 봐야 안다. 한 해 일을 맞췄다고 해 다음 해 일도 맞춘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요행히 대 사건을 점친 점쟁이 치고 매년은 그만 두고 다음 해에 다시 지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김 모라는 전 의원이 인도 점성가를 인용, ‘올 대선에는 JP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발언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김씨에 따르면 인도에서 이름 있는 점성가가 "한국에서 나라를 구할 큰 별은 가락 김씨 문중에서 나온다"고 예언했는데 이는 곧 김종필 명예총재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치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하는 에피소드다.
작년 한 해 동안 최대 뉴스는 테러와 불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미리 예견하는 것은 그만 두고 그 후 사태 진전마저 정확히 맞춘 사람은 극소수다. ‘아프가니스탄은 베트남보다 깊은 수렁이 될 것이다’, ‘탄저 균보다 무서운 테러가 계속될 것이다’, ‘테러로 미국 경제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등등 지금 돌이켜 보면 미소를 짓게 하는 예언이 줄을 이었다. 내년 초에는 또 어떤 예언이 웃음거리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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