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 새 아침이 밝았다.
많은 것을 주었고 많은 것을 앗아갔던 2001년 신사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이 아침도 하루의 시작일 뿐이지만 또 다른 365일을 앞두고 있는 이 시간 희망과 포부가 용솟음쳐 오른다.
개인은 개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단체는 단체대로 저마다 목표를 설정하느라 분주한 시간이다. 옛 성현들도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세우고(一生之計在於幼), 일년의 계획은 봄에 세우고(一年之計在於春),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세운다(一日之計在於晨)’고 말했다. 목표 없이는 결과도 없다. 그러나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목표와 실천에 따라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첫째 뜨거운 가슴으로 목표를 설계하자.
눈에 보이는 큰 목표보다 마음의 창에 비치는 작은 사랑의 목표를 세워야한다. 인생에 있어서 현실의 성공과 성취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현실의 성공에만 집착한 나머지 사랑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파스칼은 미완성의 명상록 ‘팡세’에서 ‘세상에는 세 가지의 인생 유형이 있다. 첫째는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생이요, 둘째는 지식과 학문을 추구하는 생이며, 셋째는 인간다운 삶과 사랑을 추구하는 생이다. 이중에 사랑을 추구하는 생이 가장 아름답다’고 갈파했다. 이 순간에도 가까운 우리 주변에, 지구촌 구석구석에 헐벗고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올 한해 적어도 한번은 도움을 주고 한번은 봉사를 하고 한번은 사랑을 베풀어보자.
둘째 아량과 여유의 자(尺)로 설계하자.
우리의 삶은 생존경쟁의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다. 아량과 여유가 없다. 정직한 패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여유가 필요하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주고 무엇을 잃느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독일 사람들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겨 세계인의 존경을 받지만 베풀지 않는 외곬으로 사랑을 받지는 못한다.
한인들이 짧은 이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미국인들이 가장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중에 한국인이 첫 번째로 꼽힌 것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량과 여유가 있는 삶, 양보하는 삶, 사랑하는 삶이야말로 이민사회를 풍요하게 만드는 첩경이다.
셋째 절제하는 마음으로 설계하자.
욕심이 배인 목표는 아무리 설계를 잘 하더라도 실현되지 않는다. 무리한 목표는 허황된 꿈일 뿐이며 탐욕스런 목표는 비록 달성된다 하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절제하지 못하는 삶은 공허와 허탈감만 남는다. 그러나 절제로 설계된 목표, 근면과 절약으로 실현된 목표는 영원하다. 절제의 삶이야말로 불확실한 시대, 디지털 시대의 최고선이다.
두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하며 한 우물을 깊이 파야만 맑은 샘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탕주의에 젖어 자신의 길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절제는 인내이며 극기심(克己心)이다. 남의 길을 가서도 안되고 남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일생일로(一生一路), 일생일도(一生一道)다. 사람들이 남을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파멸을 보지 못한다.
2002년. 또 한 페이지의 하얀 역사가 눈앞에 펼쳐졌다. 삶은 하얀 역사의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라 했다.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자신의 생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고 후세 자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느냐는 이 아침 어떤 목표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뜨거운 가슴으로 아량과 여유가 넘치는 절제의 목표를 세워야겠다.
권기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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