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컬럼바인 고교에서 10대 소년들이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켜 그 충격이 온 미국을 뒤흔들었고 그 후에도 매년 유사사건이 일어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요원한 것 같다. 지난 5일엔 15세 소년이 경비행기로 빌딩에 충돌, 9.11 테러리스트의 흉내를 내며 목숨을 끊었고, 며칠 전에는 10대가 증권사기로 100만달러를 두달 사이에 벌었다는 기사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더욱 놀라울 일은 이런 사건을 저지르는 10대가 갱 멤버도 깡패도 아닌 얌전한 예의바른 아이들이란 사실이다. 어느 영화제목대로 ‘무서운 아이들’을 맞는 21세기가 되는 것 같다.
무서운 것이 없이 사는 10대들이 있다. 죽음도 감옥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10대의 자살률 혹은 범죄율의 증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감정도 예민하고 행동도 돌발적이다. 10대들은 평생 후회할 일도 일순간의 욱하는 마음으로 저질러 버리고 만다. 자율과 자유 자립의 영양가 공급을 받으며, 거리낌없이 쭉쭉 뻗어가며 성장하고 놀고 공부하는 많은 미국의 10대들의 뒷전에는, 거리낌없이 겁없이 범죄하며 마약 쓰며 삐뚤어져 나가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들이 10대이던 시절엔 두려워하는 사람이 하나 정도는 있었다. 대개는 아버지요, 더러는 어머니, 할아버지, 삼촌, 혹은 형님이었다. 현대 10대의 고민은 무서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권위를 두려워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다. 과학, 합리, 지식은 왕성하게 살아서 숨쉬고, 지능 체력은 한없이 성장해 가는데, 이를 소화시킬 정서와 인간성의 성숙이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때가 바로 10대이다.
늘어만 가는 정보, 지식, 지능에 반하여 여전히 불균형적으로 미숙한 정서와 인간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10대들의 이유 없는 반항 혹은 이유 있는 반항을 합리적인 대화와 상담으로 이끌어주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에 스포츠와 예술활동을 권장하고, 그리고 마지막 보루가 바로 부모와 스승의 권위이다.
"왠지는 몰라도 아버지 때문에, 선생님이 무서워서 저지르지 못하던" 과거사를 돌이켜 보곤 "그때 아버지 아니었으면, 스승이 아니었으면 내 인생 망칠 뻔했다"며 깨닫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미처 깨닫기도 전에 그렇게 살 수 있었던 축복은 순종하는 청소년이나, 권위를 두려워하는 10대들에게 주어지게 마련이다. 먼 훗날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10대를 지도하는 지침은 먼 훗날 깨닫기 전에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할 일은 순종이요 어른들의 할 일은 권위를 가지고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이런 권위의 존중이 순종으로 나오건 혹은 두려움으로 나오건 간에, 기초 근육의 발달은 역시 아버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아버지가 없거나 아버지가 있어도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진 미국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짐은 오히려 당연하다. 아버지 및 권위의 상징을 차례대로 무너트린 21세기의 가정,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문자 그대로 아버지를 상실한 세대이다.
더불어 잃어버린 것이 ‘효(孝)’이다. 청소년 시절의 자녀들이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사는 삶의 연습, 기뻐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고 우등상 받고 하는 그런 청소년 시절이 나쁜 것만은 아니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적인 카운슬링에서는 "부모의 인생을 살지 말고 너의 인생을 살아라"고 하는데, 자신의 인생만을 생각하는 삶은 삐뚤어질 경우 걸어줄 브레이크가 없다. 이런 종적인 관계를 상실된 채, 횡적인 관계 내지는 자율, 자유, 자립만으로 사는 세상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들이었다. 무서운 아이들 길들이기 처방으로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권위 그리고 ‘효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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