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맞았던 21세기의 첫해도 이미 역사 속으로 물러났다.
우리는 새해를 맞으면서 지난 시간들을 흔히 다사다난했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나는 다사다행했었다는 표현이 옳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사건의 연속을 의미한다. 그 사건이 비록 어렵고 괴로운 일이었다 하더라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고, 어려웠던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하여 노력할 줄 아는 지혜가 있으며, 깊이 생각해보면 어려웠던 일 보다는 보람있고 좋은 일들이 더 많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바로 내일을 향하여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맞이할 수 있는 생명력이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 2002년의 출발선을 이미 떠났다. 뒤돌아 보면 아직은 출발선이 저만치 보인다. 이 한해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떠밀리다시피 출발선을 떠났지만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금년은 무오년, 말의 해이다. 말은 초식동물로 남을 해치지 않는 동물이고, 정절을 지키며, 매우 빠르면서, 어떤 장애물도 피하지 않고 넘어갈 줄 아는 진취력이 있으며, 주인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그 생각까지도 읽는 영특한 동물로 알고 있다.
말과 함께 출발한 금년, 말의 특성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행동지침을 정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첫째, 남을 해치지 않는 생활을 하자. 작은 이익이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남에게 괴로움을 안기고 해를 끼치지 않도록 무슨 일이든 실행에 옮기기 전에 심사숙고하자.
둘째, 작은 이익에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 하지 말자. 결정하기 전에 깊이 있게 생각하고 옳다고 판단돼 결정한 일이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저력을 발휘하자.
셋째, 민첩하게 행동하자. 현대사회를 가리켜 경쟁사회라고 한다. 옳고 바른 일이라면 남보다 빨리 행함으로써 남에게 귀감이 되도록 하자.
넷째, 소속감에 충실하자. 가정에서의 나, 사회에서의 나, 국가에서의 나, 크게는 지구상에서의 나를 확실히 보자. 그리고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나에게 지워진 의무와 책임을 더 생각하자.
김홍근<뉴욕 무궁화상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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