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NBA에서 시카고 불스 만큼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맛본 팀도 없을 것이다.
주지하는 대로 불스는 마이클 조단이 은퇴하기 전까지 90년대에 NBA 무대를 호령했던 천하무적의 팀이었다.
그러나 마이클 조단의 은퇴와 더불어 그의 뒤를 바쳐주던 스카티 피핀도 트레이드 됐고, 악동 데니스 로드먼도 팀을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명장 필 잭슨 감독마저 난파선 불스를 탈출, LA 레이커스로 도망치면서 불스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조단의 은퇴 이후 시카고 불스가 3년반 동안 205패를 당하는 동안 승리한 게임은 55승에 불과했다. 특히 이번 시즌 초반에는 1승20패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불스는 고등학교 수준의 경기를 하는 팀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불스가 그 동안 팀 재건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불스는 조단의 은퇴 이후 2년 동안, 유능한 프리 에이전트 선수를 확보하기에 충분한 재정적 여력을 마련했다. 마침내, 2000년 여름시즌에는 프리 에이전트 시장에 나온 대어, 팀 던컨과 그랜드 힐 가운데 한 명을 잡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아깝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카웃 경쟁에서 불스의 좌절은 계속되었다.
한동안 트레이시 맥그래디의 영입이 성사되는 듯 했으나, 맥그래디가 올랜도 매직의 제의를 받아들여 수포로 돌아갔다. 또 에디 존스는 계약조건에 합의하고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었으나, 마지막 순간 마이애미 히트를 택했고, 팀 토머스는 밀워키 벅스로, 그리고 글렌 라이스는 뉴욕 닉스행을 택했다.
이때부터 불스는 보다 장기적인 팀 재건 전략에 눈을 돌리게 된다.
먼저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엘턴 브랜드를 LA 클리퍼스에 내주는 대신, 클리퍼스가 2라운드로 지명한 신장 7피트의 장신 루키 타이슨 챈들러를 데려왔다. 챈들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NBA로 직행, 처음 석달 동안 에디 커리처럼 벤치를 지키는 선수였다. 커리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라운드에 지명된 신인선수다.
불스의 비참한 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랫동안 불스의 우상이었던 마이클 조단은 워싱턴 위저즈로 복귀하여 불스의 처지를 한층 더 처량하게 만들었다. 위저즈는 불스보다는 낫지만 만년 바닥권을 헤매는 팀이었다. 그러나 조단의 복귀 이후 플레이 오프를 넘볼 만큼 상승세를 이어갔다.
조단이 친정팀 불스와 경기를 갖기 위해 처음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 불스 팬들은 조단에게 2분여간 기립박수를 보내는 어색한 장면도 연출되었다. 물론 이 경기에서도 불스는 조단의 워저즈에게 패배했다.
불스의 팀 전력 와해가 계속되자 팀의 팬 기반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스의 전성기 시절에는 홈팀의 경기를 관전하는 낙으로 살았던 단단한 고정팬 기반이 조금씩 무너진 것이다.
조단이 은퇴 이후 불스가 팀 재건의 기치를 외치던 첫 2년간은 불스가 여전히 팬 동원 능력에서 NBA 수위를 달렸다. 그런데 3년째에는 팬 동원 능력이 2위로 뒤쳐지더니, 이번 시즌 들어서는 11위로 급전 직하했다. 그러는 동안 시카고의 스포츠팬들은 야구나 하키 같은 다른 프로 종목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 시즌 후반기 접어들면서 시카고 불스가 서서히 재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스에 첫 서광을 비춘 선수는 백전노장 찰스 오클리다. 시카고 불스를 통해 NBA에 입문했던 오클리는 베테런으로서의 리더십과 특유의 유머감각을 통해 단숨에 팀 분위기를 일신해 놓았다.
엘턴 브랜드를 내주고 클리퍼스에서 데려온 타이슨 챈들러도 제너럴 매니저 제리 클라우스의 희망대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클라우스는 브랜드와 챈들러의 맞트레이드 이후 한동안 여론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었다. 클리퍼스로 간 브랜드가 그곳에서 제 몫을 다한 반면, 챈들러는 여전히 증명이 안된 미완의 대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챈들러는 일찍이 10대 초반부터 농구계의 차세대 거물로 예견될 만큼 장래가 촉망된 선수였다. 그는 8학년이던 14세 때 신장이 6피트10인치에 도달했고, CBS의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농구 괴물로 취재를 할 정도였다.
여하튼 불스가 전력을 재정비하면서 이제 불스의 농구경기는 한편의 코미디나 고등학교 수준을 벗어나서 최소한 매 경기마다 상대팀과 각축을 벌이는 수준으로 복귀했다. 챈들러와 커리도 아직은 기복이 심한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기량이 향상되고 있어 불스의 향후 전망을 한층 밝게 해 준다.
챈들러는 경기당 평균 14.6분을 뛰면서 51%의 수준급 야투 성공률을 기록중이다. 이에 비해 커리는 출전시간이 경기당 10.6분에 야투 성공률 41%로써 프로무대 적응에 다소간 애로를 겪고 있다. 크라우스는 이 두 신인들이 밤 10시까지 연습을 하는 등, 자기 개발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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