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섹스, UFO 등으로 언론 관심 끌어오던 종교집단
인간 복제의 합법화 여부를 결정할 투표를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의회가 이 문제와 관련, 한 신흥종교 지도자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치료 목적의 복제기술 합법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분노를 사며 논쟁의 한 가운데에 뛰어든 주인공은 자신을 예언자 라엘이라고 부르는 클로드 보릴론(55). 지구의 창조주는 외계행성에서 온 과학자들이란 설교를 바탕으로 작지만 국제적인 규모의 종교집단을 일구어낸 그는 지난 98년 5,000여명의 추종자를 대상으로 성명을 발표, 그 창조주들이 곧 비행접시를 타고 지구로 돌아올 것이며,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외계인들을 맞이할 호스테스로 나설 것을 명령했으며, 이 ‘엘리트 천사단’의 멤버들은 창조주들과 지구의 예언자인 자신에게 철저히 헌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적인 봉사가 요구되는 이 천사단에는 이미 100명이 훨씬 넘는 여성들이 자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라엘리언 운동이 인간 복제술과 관련돼 주목을 끄는 이유는 보릴론이 최근 자신의 종교집단이 외계인들의 지침에 따라 세계 최초의 복제 아기를 창조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UFO랜드’라고 불리는 자신의 캐나다 본부에서 복제는 "영생의 열쇠이며 우리의 목표"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미 상당수 엘리트 천사단 여성들이 이 복제과정에 필요한 난자 기증자 및 대리모로 봉사하는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치료를 위한 복제 합법화를 바라는 의학전문가들은 보릴론의 주장이 인간 복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의원들에게 심어주어 불법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해 우주복 같은 흰색 점프수트를 입고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보릴론의 행동이 인간 복제를 섬뜩한 것으로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원들로 하여금 복제기술이 알츠하이머 환자들이나 심장마비 환자들, 세포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을 위해 새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마저 금지시키도록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릴론이 복제 규제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이비 복제가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기 위해 복제라는 민감한 쟁점 사항을 들고 나온 허풍선이에 불과한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의원들은 그를 간단하게 무시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일부 생물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인간복제가 합법화될 경우 보릴론과 그의 라엘리언 운동이 최초의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소, 돼지와 최근에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여러 동물의 복제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성공은 수많은 실패와 잘못된 임신 등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였다. 게다가 복제된 새끼들도 대부분 건강하지 못하다. 이같은 위험부담을 고려할 때 어떤 여성이 복제 태아를 만들고 임신하는 일에 동의할 것인가.
아마도 엘리트 천사단 같이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여성들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들 여성이 보릴론 집단이 지닌 최대의 장점"이라고 프린스턴 대학의 분자생물학 교수인 리 실버 박사는 말했다. "누구든 인간 복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의 난자와 자궁, 그리고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라엘리언 집단이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듯하다"는 이야기다. 일부 의원들에게 이는 어떤 목적을 막론하고 그 누구도 복제 태아를 생산할 수 없도록 해야함을 의미한다. 하원은 이미 목적을 불문하고 복제태아의 창조를 금지하는 쪽으로 투표를 마쳤으며 상원의 투표는 수주 내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섹스, 과학, UFO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언론의 관심을 모아온 보릴론은 지난 96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을 때도 재빨리 흥분한 언론에 편승, 자신이 동성애나 불임 부부들에게 20만달러에 아이를 갖게 도와주는 클로네이드(Clonaid)란 복제회사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심장수술 도중 사망한 10개월 된 아들을 복제하기 위해 50만달러를 쾌척할 미국 투자가를 찾았다고 발표했고 언론 보도를 지켜본 공화당 제임스 그린우드 의원이 복제기술 반대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해 그를 의회 청문회 증언자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복제를 통한 영생론을 주장, 의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공헌’한 보릴론은 자신이 복제 반대론자들에게 이용됐다는데 동의하면서도 "그래도 우린 여전히 승자다. 우리의 조직이 전 세계적으로 매스컴을 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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