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영원히 잊고 싶던 악몽이 되살아왔다.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9회말 투아웃 홈런’이라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의 끔찍한 시나리오를 되풀이하며 구원실패는 물론 시즌 첫 패를 당했다.
27일 휴스턴 미닛메이드필드에서 벌어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말 D백스의 4대3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2사 주자 만루에서 핀치히터 그렉 잔에게 라이트펜스를 넘기는 통한의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⅔이닝 2안타(1홈런) 2사사구 4실점. 4대3 승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4대7 역전패로 돌변시킨 것은 물론, 아물어가던 지난해 월드시리즈의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고 상처에 소금까지 뿌린 뼈아픈 한방이었다.
이틀전인 지난 25일 애스트로스와의 시리즈 1차전에서 8회말 마운드에 올라 단 ⅓이닝동안 홈런 2방으로 3실점하는 시즌 최악의 피칭으로 지난 5월말부터 이어온 12게임 무실점 행진에 제동이 걸렸던 김병현은 1승1패로 시리즈 승패가 걸린 이날 최종 3차전에서 1차전의 설욕을 노렸으나 제구력이 흔들렸고 특히 마지막 순간 조급하게 승부를 서두른 것이 결정적 화근이 돼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문제의 발단은 역시 제구력. 9회말 1사후 크렉 비지오를 포볼, 랜스 버크만을 몸 맞는 볼로 내보내 위기를 자초한 김병현은 이어 제프 백월의 숏 깊숙한 타구가 내야안타로 처리되는 바람에 원아웃 만루의 절대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서 그는 힘있는 왼손타자 대릴 워드를 맞아 첫 2구를 인코스 슬라이더로 파울볼로 유도한 뒤 3구에 한복판으로 낮게 깔려 들어가는 시속 93마일 강속구를 던져 꼼짝못하는 삼진으로 잡고 승리에 원아웃 앞으로 다가섰다. 이어 다음 타자 잔을 상대로도 파울볼과 스트라익으로 순식간에 절대 유리한 노볼 투스트라익 카운트를 잡았다. 하지만 전 타자 워드처럼 승부를 빨리 끝내겠다는 조급함이 순간적으로 김병현의 머리를 흐리게 했고 일순간 판단미스의 대가는 지나칠 만큼 가혹했다.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김병현의 3구 직구를 본 잔의 방망이는 여지없이 날카롭게 돌아갔고 타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라인드라이브로 라이트펜스를 넘어갔다. 마지막 순간 한번만 더 호흡을 고르고 유인구를 던질 줄 아는 노련함이 너무도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세이브 실패는 물론 패전의 멍에까지 떠맡은 김병현은 시즌 첫 패(3승)와 함께 3번째 세이브 실패(19세이브)를 기록했으며 불과 사흘전 1.22였던 방어율은 이번 애스트로스 시리즈에서 무려 7점을 내주는 바람에 2.58로 2배 넘게 치솟았다. 무엇보다도 2게임 연속 시즌 최악의 피칭으로 거의 확실해 보였던 올스타전 진출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특히 ‘9회말 투아웃 홈런’이라는 월드시리즈의 악몽이 되살아 난 것은 앞으로 시즌은 물론 그의 커리어 전체에 두고두고 꺼림칙한 요소로 남게 됐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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