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거리의 형사 ‘더티 해리’가 신세대 액션영웅 XXX에게 녹아웃 당했다.
지난 9일 동시에 개봉된 70대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블러드 워크’와 30대 빈 디즐이 나온 ‘XXX’는 각기 주말 3일간 700만달러와 4,4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영감 형사 이스트우드가 뉴웨이브 스파이 디즐에게 한방에 나가떨어진 것이다.
이 싸움은 단순히 이스트우드와 디즐의 싸움이 아니라 할리웃 액션스타의 세대교체와 함께 그들의 정의가 바뀌고 있는 것을 뜻한다.
10대와 20대가 관객의 주류를 이루는 미 영화시장에서 이스트우드를 비롯해 아놀드 슈와르제네거와 브루스 윌리스, 실베스터 스탤론과 스티븐 시갈 같은 왕년의 액션 영웅들은 이제 설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들 대신 디즐과 록, 벤 애플렉과 키아누 리브스 그리고 맷 데이몬과 토비 매과이어 같은 젊은 영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스트우드가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형사 더티 해리로 처음 등장한 것이 1971년 12월22일. 당시 이 영화는 총 3,500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입장료가 1.50달러이던 때여서 빅 히트작으로 기록됐다. 그래서 속편이 무려 4편이 나왔고 이스트우드와 더티 해리는 동의어가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45세 이상의 팬들에게나 어필하는 이스트우드가 요즘 젊은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면서 ‘블러드 워크’의 흥행은 극도로 저조, 순식간에 흥행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심장이식 수술을 한 전직 FBI 요원이 연쇄 살인범을 쫓는 전형적인 살인 미스터리물.
한편 비디오게임과 MTV 세대에 어필하는 ‘XXX’는 헤비메탈 음악과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액션과 만화 같은 폭력으로 점철된 피가 끓는 액션스릴러다. 디즐은 민둥머리에 온 몸에 문신을 하고 거지차림을 한 근육질의 스파이로 나오는데 요즘 젊은이들의 새로운 영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러 피가 섞인 디즐은 자기 혈통을 베일에 가린 채 온갖 민족이 섞여 사는 대도시의 다문화 영웅으로 나서고 있다. 디즐은 1년 전만해도 무명 배우였으나 작년 여름에 나온 불법 자동차 경주 액션영화 ‘분노의 질주’가 뜻밖의 빅히트를 하면서 대뜸 2,000만달러짜리 스타가 됐다.
여름 속편으로 먹고사는 요즘 스튜디오로서는 개봉 첫 주부터 비틀대는 이스트우드보다는 속편 제작을 가능케 하는 디즐을 임금처럼 모시게 마련. 그런데 XXX의 제작사인 레볼루션사는 첫 편을 촬영하기도 전에 디즐과 속편 계약을 맺었다.
특히 요즘은 개봉 첫 주말 어느 영화가 흥행 1위를 했는지를 놓고 영화의 성패가 가름되는 풍토. 이런 사실을 놓고 이스트우드는 "누가 1등이라는 게 무슨 문제냐. 길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영화계 전문가들은 "요즘은 영화 제작 편수가 많은데다 편당 제작비가 너무 많아 단번에 본전을 뽑고 이득을 안 남길 경우 뒤에 나오는 영화에 밀려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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