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의 길목에서...
▶ 이 기 영 <본보 주필>
뉴욕주의 명소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관광가는 사람에게는 꼭 부탁하는 말이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으므로 미국쪽에서도 볼 수 있고 캐나다 쪽에서도 볼 수 있는데 제대로 볼려면 반드시 캐나다로 건너가서 보아야 한다는 말을 해 준다.
포스트 카드에서 보는 나이아가라의 전경은 캐나다 쪽에서 보는 모습인데 특히 야경이 볼만하기 때문에 캐나다 쪽에는 호텔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처럼 똑같은 경치라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서 달리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과 가까이 가서 보는 산은 다르다. 육지에서 보는 바다와 바다에서 보는 바다도 다르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구름 위에서 땅과 바다, 산과 강, 그리고 도시를 내려다 보면 인생관과 세계관이 달라진다. 하물며 우주의 어느 별에서 지구를 본다면 또 어떤 생각이 들 것인가. 이 땅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살아갈 때와는 사뭇 다른 상념을 갖게 될 것이다.
사람이 사물을 보는 위치에 따라서 그 사물이 달리 보이듯이 그 사람이 처한 입장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진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갈 때는 떼지어 길을 건너는 행인들이 성가시게 느껴지지만 보행자의 입장이 되면 행인을 무시하는 자동차 운전자가 난폭하게 생각된다.
노사간의 이해관계와 생각이 다르고 권력자가 서민의 애로를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고 어렵게 살던 사람도 부자가 되고 나면 옛날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권력을 잡은 친구는 잃어버린 친구”라는 말도 있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두 가지 상반된 견해를 듣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 너무 살기 좋더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국은 사람이 살 데가 못되더라” 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했느냐에 따라 그렇게들 말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말도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에서 미국같이 좋은 나라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국 와서 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 전운이 감돌고 있는 이라크 문제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도 똑같은 이유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고 있으므로 앞으로 미국과 동맹국에 화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애당초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는 미국이 강대국의 힘을 남용하여 남의 나라를 짓밟는다고 보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반미 무드도 이 사건을 해석하는 시각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의 사고로 볼 때는 이 사고는 교통사고이며 법적으로 처리될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생각으로는 미군이 한국여학생을 죽인 사건이며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이나 사후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불평
등한 한미관계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에 대한 반감, 즉 반미감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젊은 층에게 확산되고 있는 반미운동의 중심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일로 인해 편견을 갖기 마련인데 미국유학 시절 어려웠던 경험은 반미 편견을 갖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칼 맑스는 영국 망명시절 런던 빈민가의 아파트에서 모진 고생을 하면서 공산주의라는 괴물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의 입장에 따라 사물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사물 그 자체의 본질이나 실상은 있기 마련이다. 다만 그것을 보는 사람에 따라 이러쿵 저러쿵 묘사될 뿐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너무도 심하게 편견이 난무하여 왜곡된 생각이 판을 치는데 문제가 있다. 환경오염이 동물을 돌연변이 시키듯이 이 복잡한 사회현상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로 보려면 캐나다 쪽에서 보아야 하듯이 편견 없는 사고만이 문제를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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