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없는 건강식 맛도 최고”
● 동서플라자 대표 박혜경씨
외국인도 즐길 한식메뉴
새콤달콤 드레싱이 특징
박혜경씨(동서플라자 대표·전 한인회 부회장·평통위원)와는 ‘국수의 인연’이 깊다.
정 많고 따뜻하기로 유명한 박사장과 몇 년전 처음 인사를 나눈 이래 가끔씩 점심식사를 나누며 교제를 가져왔는데, 처음에 무슨 음식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국수’라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상대방이 돈내기에 부담 없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한 것이었는데 그후 박사장은 나만 보면 “우리 국수 먹으러 가요”라고 했고, 나는 국수보다 좋아하는 음식이 훨씬 많았건만 애꿎은 국수집만 여기저기 찾아 돌아다녔던 것이다. 오랜만에 점심을 하기로 한 이날도 대화는 또 국수로 시작되었다. “어디 맛있는 국수집 있어요?”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저 이제 국수 싫어요. 오늘은 제발 박사장님이 좋아하는 걸 먹으러 가요”
하여 찾은 곳이 ‘북창동 순두부’. 순두부를 몹시 좋아하는가 보다 했더니 그게 아니다.
북창동 순두부집에 그런게 있었는지도 몰랐던 ‘두부야채샐러드’를 척 시키는 것이다.
“얼마전 외국인 친구하고 왔다가 시켜봤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한 접시 금방 비웠답니다. 두부로 샐러드를 만들다니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 미국인들과의 식사가 잦다는 박씨는 “점심때 너무 헤비하지 않고 건강식이면서 한국적인 맛이 들어있는 메뉴로는 최고”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쏟아놓는다.
두부야채샐러드는 북창동 순두부의 대표 이희숙씨가 개발한 레서피. 두부와 야채가 만난 퓨전 샐러드인만큼 동양적인 맛이 살짝 가미된 새콤달콤한 드레싱이 특징이다. 프렌치 드레싱에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식초, 설탕 등 몇가지 첨가물을 더 넣어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었다는 것.
두툼하게 썰어 살짝 밑간해 튀긴 두부와 각종 그린 야채에 방울토마토, 올리브, 셀러리, 붉은 양파가 고명처럼 올려져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도는 두부샐러드는 특히 외국인들이 좋아해 순두부는 제쳐놓고 이것만 메인으로 시켜서 먹기도 한다고 이희숙 대표는 자랑했다.
점심식사 때면 타운의 식당들을 여기저기 다녀본다는 박혜경씨는 그녀 자신이 한인타운 식당의 원조나 다름없다. 1973년 8가와 카탈리나, 지금 숯불집 자리에 처음 한식당 ‘국일관’을 열고 고향음식에 굶주린 한인들에게 푸짐한 상을 차려주며 한국식 인정까지 듬뿍 얹어주었던 그녀의 음식 씀씀이는 아직도 올드타이머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인심이었다.
박씨는 “요리도 잘 할 줄 모르면서 식당을 차려놓으니 서비스와 양으로 때웠다”고 겸손해하지만 “어차피 남으면 버릴 음식, 무조건 퍼주고 또 퍼주며 장사했다”는 것이 지금 와서 분석해보면 고도의 경영전략이었을까? 박씨는 “그렇게 푸짐하게 주어도 사실 재료비는 크게 차이 나지도 않는데 순전히 기분문제”라며 요즘의 각박한 식당인심을 꼬집었다. 남은 밥으로 누룽지를 한솥 끓여내 냉면대접으로 퍼주던 일이며 밥을 삭혀 식혜를 만들어 돌렸던 일들을 돌아보면 요즘 타운 식당들이 하고 있는 누룽지밥과 식혜 디저트의 원조도 박혜경씨였던 셈.
가발가게와 함께 경영하던 식당을 3년만에 판 박씨는 그후 옷가게를 5개 운영하면서 동서플라자 등 타운내 건물들을 구입했고, 다이아몬드 바의 래디슨 호텔을 매입, 5년 동안 호텔경영에도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는 등 경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성공한 비즈니스 우먼의 롤 모델이다.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인 박씨는 10년 이상 윌셔경찰서 자문위원으로 일해온 것이 ‘작은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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