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자의 눈
▶ 신용일 <취재부 부장대우>
지난 5월24일 플러싱 경찰서의 한 경관이 "플러싱 병원에서 어제 한인 노인 한 명이 사망했는데 사인이 사스(SARS)로 판명됐다는 소문이 있다"고 중국 기자들에게 귀띔했다.
이 사실은 중국계 언론은 물론이고 뉴욕한국일보와 뉴욕 뉴스데이 기자에게까지 알려져 각 사가 즉각 취재에 나섰으나 경관이 언급한 사망자의 사인은 신장병인 것으로 확인됐다.그러나 중국계 신문 ‘명보’는 ‘한인 노인이 사스로 사망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병원이 이를 부인했다’는 내용을 26일자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뉴욕한국일보는 ‘명보’ 기사가 애매모호하게 작성돼있어 이를 강하게 부정하지 않을 경우 한인사회가 큰 피해를 당할 것으로 판단, 26일 ‘명보’사를 직접 방문, 팅이 슈 편집국차장과 기사를 작성한 조 샤 기자를 각각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서 ‘명보’가 보건 당국이 소문을 부인한 사실을 알리고 있지만 보건 당국이 한인 노인 사스 사망 사실을 은폐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위해 기사를 보도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어 뉴욕한국일보는 플러싱 병원 주말당직 마이클 힝크 대변인과 전화 통화, 한인 노인 사스 사망설은 완전히 헛소문임을 확인한 뒤 ‘명보’가 이같은 기사를 내보낸 의도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인 노인 사스 사망설은 사실이 아니란 점을 1면 톱기사로 내보냈다.
며칠 뒤 뉴스데이는 중국계 언론과 주류언론의 사스에 대한 지속적인 보도가 중국계 커뮤니티를 불안케 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명보가 한인 노인 사스 사망설을 보도했고 뉴욕한국일보가 저의에 의혹을 제기했다고 6월5일자로 보도했다.
그러자 중국계 일간지 ‘세계일보’와 뉴욕중앙일보는 6일 각각 관련 뉴스데이 기사를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냈으나 같은 한 신문을 놓고 ‘세계일보’와 뉴욕중앙일보는 완전히 반대로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일보는 "중국계 일간지 (명보)가 ‘한인 노인 사스로 사망’ 기사를 보도하자 한인신문(뉴욕한국일보)이 한인 사회에 피해를 주려는 의도적 기사로 보고 이를 부정하는 기사를 게재했다"고 지적했다.그러나 뉴욕중앙일보는 "한·중 신문 사스 관련 선정 보도" ‘중국계 커뮤니티 큰 우려’ 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면서 뉴스데이에 보도되지도 않은 내용을 따옴표로 옮겼다. 또 뉴욕중앙일보의 기사로는 뉴욕한국일보가 명보의 헛소문을 잠재운 사실은 전혀 알 수 없고 오히려 헛소문을 부추긴 것으로 묘사돼있다.
뉴스데이라는 한가지 신문의 기사를 두고 뉴욕중앙일보가 이같이 번역보도한 것은 분명히 뉴스데이 기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능력 부족이거나 의도적 왜곡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뉴욕한국일보는 이미 지난 9일자 A11면에 이같은 지적을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억지 주장 내지는 억지 해석을 다시 내놓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외에 뉴욕중앙일보는 중국계 아시안 아메리칸경제개발센터 존 왕 대표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로 중국사회가 여러 가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을 뉴스데이가 전했다며 그가 뉴욕한국일보와 명보의 기사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존 왕 대표는 뉴스데이와의 인터뷰 당시 뉴욕한국일보 기사를 읽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10일 뉴욕한국일보에 밝혔다.
그는 자신이 뉴스데이에 언급한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뉴스데이가 지적한 것처럼 주류언론과 중국계 언론에 대한 포괄적인 입장이었다고 분명히 확인했다. 또 뉴욕중앙일보는 올레 피더슨 플러싱병원 대변인이 "한인 노인의 사스로 인한 사망 헛소문과 관련해 대변인 사무실서는 한통의 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는 뉴스데이 기사를 인용, 뉴욕한국일보가 병원 대변인에게 소문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뉴욕중앙일보의 기사 가운데 가장 정확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뉴욕중앙일보는 이것을 모르고 있다. 즉 플러싱병원에는 주말당직을 비롯, 대변인이 여러명 있다는 사실이다. 뉴스데이 기사에서 피더슨 대변인은 "명보로부터 사스 사망 관련해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명이 있는) 대변인 사무실에서.."가 아니라 (혼자만 있는) 나의 사무실에서는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스와 관련해 한국일보의 취재에 응한 대변인은 분명히말해 피더슨이 아니라 마이클 힝크 대변인이다.결국 뉴욕중앙일보는 플러싱병원에 대변인이 몇 명씩이나 있다는 메커니즘 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지나 않은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내용들은 뉴욕중앙일보가 기사를 작성하기에 앞서 명보, 세계일보, 뉴스데이, 플러싱병원, 아시안아메리칸경제개발센터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했더라면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그럼에도 뉴스데이 기사를 실수로 잘못 해석했거나 왜곡했음에도 뉴욕중앙일보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합리화에 급급하려는 것같아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진다. 언론은 가끔 오보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언론사 스스로가 인식하든 아니면 타인의 지적으로 인지하게 되든 간에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정정하는 것이 정도다.
그렇지 못하고 억지를 계속 쓸 경우 그 언론은 배척을 당할 수 밖에 없다. 뉴욕중앙일보는 ‘신문은 독자가 판단한다’고 11일자 기자 칼럼에서 밝히고 있다. 정말 좋은 말이다. 사스 관련 기사는 이제 현명한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다만 이 말이 자신의 잘못을 억지 합리화하거나 변명하기 위한 탈출구로 사용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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