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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한달 가까이 한집에 살면서 즐거운 미국 여행을 한 함경남도 흥남시 서호국민학교 1948년 졸업 동창 할머니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윤성남씨,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최정희 동창회장. 미국에 살고 있는 동창들은 먼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김재현 기자>
서울.부산.미국 각지의 할머니 16명 뉴욕에 모여 해맑은 ‘60년 우정’ 나눠
퀸즈 베이사이드 베이클럽의 한 아파트에 서울에서 6명, 부산에서 3명, 뉴욕과 뉴저지, 시카고, 오클라호마, 텍사스, LA,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온 7명의 초등학교 동창생 할머니 16명이 뭉쳤다. 한국서 온 9명은 2년 동안 계를 부어 마련한 돈으로 미국에 왔다.
이들은 모두 1935, 1936년생으로 함경남도 흥남시 서호국민학교(할머니들은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라고 강조했다) 동기동창. 아무리 초등학교 동창들이 가깝다지만 친자매보다 더 깊은 정이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모임이었다.
이들은 1943년에 입학, 8.15를 맞았고 공산치하인 1948년(당시에는 5년제)에 졸업했다. 중2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바람 찬 흥남 부두’에서 미군함정을 타고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동지들이기도 하다.
할머니들이 다시 만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부터. 수소문으로 한 두 명씩 연락하다 70년대에는 아예 ‘제26회 서호국민학교 동창회’를 조직하고 한 달에 한번 정기모임을 가졌다.
1년에 한번은 남자 졸업생들이 모두 참가하는 총동창회도 열고 있다. 모두 45명 정도로 절반이 여자다. 태평양을 건너 동창회를 갖게 된 것은 지난달 16일. 한국에서 친구들이 몰려오자 미국 각지 동창들도 뉴욕으로 모인 것. 윤성남씨는 호텔에 있겠다는 걸 말려서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며 방과 거실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자다보니 정말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즐거워한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최정희(서울 금정구 시흥동)씨는 그동안 뉴욕은 물론 캐나다, 나이아가라, 워싱턴, 루레이 동굴 등을 관광했다. 특히 (윤)성남이의 맏사위(최원복)가 관광비용을 대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는 등 너무 잘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봉제업을 하고 있는 최원복씨와 부인 최미숙씨는 어느새 16명 할머니들의 공동 사위, 딸이 됐다.
미국이 처음이라는 주명자(부산 진구 당감동), 윤영희(부산 동래구 온천동)씨도 너무 고맙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동창끼리 이렇게 오랜 동안 우정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한 뒤 딸 둘을 키우면서 양장점을 운영했던 윤성남씨는 27년전 이민와 현재도 사위가 운영하는 봉제공장에서 품질담당 매니저로 일할 정도로 의욕적이다. 윤씨는 매년 한국에 가서 동창들과 만났는데 최근 4년간 못 갔더니 친구들이 왔다고 좋아했다.
할머니들은 초등학생 때처럼 철없이(?) 놀다가도 문득 표정이 어두워진다. 곧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내년에도 또 만나자며 친자매보다 더 가까운 정을 보이고 금방 활기를 되찾았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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