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하늘 천(天) 따 지(地)를 동시에 외치고 있는데, 한국은 따 지(地)자만 더듬고 있다. 그나마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이전투구를 방불케 하는 정계의 모양새는 한심스럽기만 하다.
얼마 전 중국 본토는 물론 이곳 화교들은 1997년 홍콩의 주권 접수나, 2008년 하계 올림픽 유치 성공에 못지 않은 축제 분위기로 휩싸여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쾌이재 쾌이재’를 외쳤다.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가 발사돼 지구궤도에 진입, 21시간 동안 지구 주변을 14바퀴 돌면서 모종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기 때문이었다. 발사에 24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었지만 누구하나 ‘돈 얘기’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다음은 달을 도는 인공위성을 쏘자’고 나섰다. 민족적 자부심에 엄청난 플러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유인우주선 발사국이 되었고 덩달아 국가 신용도가 한국보다 한 단계 높은 A2로 상향조정되었다. 외국인의 투자도 중국 상품의 지명도도 껑충 뛰었다.
이에 대해 ‘우주 개발 맹주’로 군림해 온 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군사 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우려했고, 이 분야에서 ‘아시아 제1인자’를 자처해온 일본은 편치 않은 눈치다.
21세기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게 뭐 대단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중국에서 밀려온 황사가 하루만에 서울 상공을 뒤덮듯이, 중국과 우리나라는 지정학을 따질 것도 없이 여러 면에서 직·간접으로 얼굴을 맞대고 있다.
2020년, 인구 16억명의 중국은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군사력은 배가된다는 미국의 중국 전문가 데이빗 램튼 교수의 주장도 무심코 넘길 수 없는 관심사다.
오늘 날 중국의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것은 각종 통계라고 말한다. 세계 인구 20%에 해당하는 13억 시장에서 나오는 통계는 그 크기와 변화와 속도에서 삶의 기를 꺾어 놓는다고 말한다. 지난 2002년도 외환보유고는 2000억으로 육박 세계 2위, 세계 가전제품 시장점유율 1위, 핵심두뇌집단의 수는 5만명, 정보산업기업 수는 2만개, 상하이 시내 30층 이상 고층 빌딩 수는 2,700개나 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통계라고 하는 잣대만은 아니다. 아울러 그들 특유의 상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자부심과 자제력 그리고 어떤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되지 고양이의 색깔을 따지지 않는 실리적인 실사구시의 정신이다.
그들은 이 세 가지 정신적 무기를 가지고 지구 어느 곳이건 파고 들어간다. 그러면서 당은 당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사회주의나 자본주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 주의가 더 중요하다는 국가시책을 펴고 중국 인민을 돕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은 이제 사업대국에서 경제 최강국으로 발돋움하여 과거 아시아에서 일본이 앞장서고 나머지 국가들이 뒤를 따르던 ‘오리 행렬’의 경제구조가 허물어지고 지금은 중국이 앞장서고 나머지 국가가 그 뒤를 헐떡이며 따라가는 ‘기러기 행렬’로 바뀐 것이다.
21세기의 주인은 미국인가 중국인가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쏠리고 있는 이 때 우리는 고개를 숙인 채, 따 지(地)자만 되풀이할 수는 없다. 중국 경제가 주변국을 흔들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며, 미·중 양국의 국제관계가 미묘해 질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한국만큼 절실하게 느끼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장익환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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