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보현 /목사·남가주 호스피스 전도회
오늘도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마지막 길을 떠나는 환자의 병실을 찾았다. 그동안 위암으로 고생하시던 분인데 오늘을 넘기기가 힘든 상태라는 설명을 듣고 병실에 들어서니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입에 마스크를 한 채 의자에 앉아서 마지막 숨을 거두시는 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마스크를 해야 하느냐고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여 그냥 들어갔다.
함께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마치기까지 환자의 며느리라는 그 여성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처음에는 혹시 감기라도 걸렸나 생각했지만 기침 한번 하지 않고 찬송을 잘 부르는 것을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시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좋지 않은 병균이라도 호흡기를 통하여 전염될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인가 궁금하여졌다. 그래서 병실을 나오기 전에 일부러 감기 걸리신 모양이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기도를 마치고 병실을 나올 때는 물론 운전을 하면서 집에 오는 동안 계속하여 그 여성의 모습이 나의 머리에서 맴돌며 나의 마음을 슬프게 했다. 바로 그 여성이 의자에 앉아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모습과 찬송을 부르면서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입을 막고 있던 모습이었다.
마스크는 병균이 감염될까봐 했다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마지막 가시는 길을 앉아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지말고 이제는 영원히 잡아 볼 수도 없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기도라도 드린다면 얼마나 보기에 좋았을까.
15년 전 나의 어머니를 천국으로 보낼 때가 회상되었다. 나는 천국 가니까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너희들은 절대로 울지 말고 찬송만 계속 불러 달라던 평소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아무리 울지 않으려 해도 그 동안 효도하지 못한 나 자신과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효도 좀 하려하니 떠나시는 어머니가 너무나 야속하여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영원히 느낄 수 없는 어머니의 따뜻한 체온이 그리워 어머니의 볼에 나의 볼을 대고 그 체온을 느끼려했던 순간, 그리고 차갑게 식어 가는 어머니의 얼굴이 싫어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따뜻하게 해 보려고 나의 볼로 어머니의 차가운 볼을 감싸고 눈물을 흘리던 그 순간을 회상해 보았다.
핵가족 제도라는 이 시대의 풍조가 부모가 가시는 마지막 길에 손목이라도 잡고 싶어하는 자식의 아쉬운 정마저 빼앗아 갔단 말인가.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인간의 삶의 형태가 변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세우신 가정의 법칙과 인간의 천륜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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