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인 가운데는 ‘철새 정치인’이란 별명이 붙은 인사가 더러 있다. 정치인들은 모름지기 확고한 소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당의 정강정책을 잘 연구하고 그것이 자기의 소신과 일치할 때 입당할 것이고 정치자금 몇 푼 준다고 입당하거나 어떤 정당이 앞으로 유력할 것이라고 믿고 경솔히 입당하거나 옮겨서는 안 된다. 또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서 탈락되었다고 당을 옮겨서도 안 된다.
얼마 전 한나라당에서 잘 나가던 이 모 국회의원이 반대당인 열린 우리당으로 옮기더니 국회에서 노무현대통령 탄핵이 가결 선포되자 국회 경호원인가에 의해서 의장 단상에서 끌리어 밖으로 쫓겨나가는 광경을 TV를 통해서 보고 필자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 야당에서 여당을 공격하던 그가 어느새 돌변하여 여당의원이 되더니 야당과 싸우는 작태는 누가 보아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한나라당을 등에 업고 당선된 그가 반대당에 입당한다면 그러한 행동은 정치적 의리를 저버린 배신행위인 것이다.
일본의 도꾸가와 바꾸후(덕천막부)시대의 사무라이들은 의리를 생명보다 중히 여기고 절대 순종하였다. 즉 부하는 상관에게 생명까지도 초개같이 여기면서 복종하여 의리를 지켰다. 의리를 배반한 자는 상관 앞에서 자결해야 했다. 이것이 일본 무사도 정신, 즉 사무라이 정신이요 일본정신이다.
지금부터 40년 전 ‘진산파동’ 때의 일이 생각난다. 6선 의원인 그는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노 정치인이요 해방 직후에는 공산당과 싸우면서 한국의 정치 안정에 공이 큰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중앙당 최고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자기 지역구 금산을 5.16 주체세력의 한 사람인 길재호에게 넘겨 해당 행위를 한 이유로 당시 감찰위원회는 그를 징계하려고 했다.
어느 날 그의 참모였던 이 모 의원이 필자의 집으로 차를 몰고 찾아왔다. 이 의원은 일본대학 출신으로 필자와 같은 동경유학생인 관계로 평소 지면이 있는 처지였다. 이 의원은 “오늘은 내 생일이니 저녁식사나 같이 먹자”고 해서 같이 차를 타고 서울역전 모 요정으로 들어갔다.
술잔이 서로 오고가면서 술이 거나해지자 이 의원은 ‘진산 구명운동’ 이야기를 꺼냈고 필자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러자 뒤따라 나온 이 의원은 “정 그러면 거마비라도 받으라”고 돈 뭉치를 내 손에 들려주면서 들어가자고 유인했다. 그와 평소 지면을 생각해서 다시 술자리에 들어갔지만 받은 돈 뭉치를 술상 위에 던지고 다시 나와버렸다.
그 유혹을 물리치고 끝내 유진산 의원을 징계처분하고 얼마 후 조국을 떠났으며 39년째 미국에 와서 살고 있다. 사람은 의리를 지키면 평생 누구한테나 존경받는다. 여생을 마음 편안히 행복하게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정계는 철새 정치인들 때문에 늘 시끄럽다.
라정순/원로성직자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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