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열/아케디아
며칠 전 일을 보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집배원 아저씨가 반색을 하며 하얀 상자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나에게 온 소포인 줄 알고 무심결에 사인을 하고 이름을 확인 해보니 아들 앞으로 온 소포였다.
학교가 끝난 후 집에 온 아들에게 소포를 건네주었더니 아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였다. 그것이 무얼까 궁금해서 지켜보니 상자 속에서 나온 것은 파란색 옷이었다. 나는 “너 또 인터넷에서 옷을 샀니? 옷이 모자라서 또 옷을 산거야?” 하면서 못 마땅해 하 였다.
그러나 아들은 나의 나무람을 듣는 둥 마는 둥 조심스레 옷을 펴보는 것이었다. 그것은 Texas라고 새겨진 유니폼이었다.
아들은 박찬호의 팬이 아니다. 박찬호가 자기의 사랑하는 형이다. 얼굴 한번 가까이 본적 없지만 그 형을 그렇게 사랑 할 수가 없다. 그 사랑은 박찬호 선수가 텍사스로 이적한 후에 더 심해졌다. 박찬호 선수가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가는 것이 너무 서운해서,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하고 섭섭해하는 나에게 아들은 잘 결정한 것이라고 하며 무조건 박찬호가 하는 결정은 다 옳다는 것이었다.
박찬호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항상 집으로 달려와 인터넷으로 경기결과를 제일 먼저 확인해야 했고, 게임 내용이 좋았다는 아침기사를 읽은 날은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며 밥도 안 먹고 신문을 들고 학교로 달려가고, 게임의 내용이 안 좋았다는 아침기사를 읽는 날에는 “박찬호를 그렇게 평가해서는 안된다”며 하루 종일 속상해한다.
그런 아들을 보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의 사랑은 어떤가? 너무나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좋은 결과를 낼 때는 미친 듯이 박수를 치다가, 기대이하의 결과를 내면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것이 우리의 사랑의 공식이 아니었던가?
만일 우리가 한번 사람을 사랑하기로 결정했다면 잘 될때뿐만 아니라 일이 잘 안 풀릴때도 끊임없이 사랑하고 품어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끊임없는 관심과 박수가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용기를 얻고 기사회생 할수 있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새벽에 아들을 깨우려고 방에 들어가보니 아들은 오늘 학교에 입고 가려는지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침대 옆에 곱게 꺼내 놓고 자고 있었다. 아들과 박찬호 선수 사이의 형제애를 생각하며 가슴이 뭉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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