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외계에서 온 귀족이었다. 어린 왕자가 태어난 별나라에는 하루에 44번이나 해가 지고 뜨는 곳이었다. 처음 프랑스에서 출판했을 때는 43번이라고 했다가 미국에서 영문판이 나올 때는 44번으로 고쳤다.
셍덱쥬베리가 흔적 없이 살아진지 6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프랑스 사람들은 그를 못 잊어 한다. 그가 성장했던 도시 글레노블의 비행장은 그의 이름을 따라 셍덱쥬베리 공항이다.
그는 ‘어린 왕자’란 짧은 책 속에 어쩌면 자기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적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그가 코르시카섬 주변의 바다에서 사라진 해가 1944년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그의 나이도 44세였다. 그가 말버릇처럼 독일군에 정복된 조국 프랑스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던 때도 2차 대전 말엽인 1943년이었다. 어린 왕자처럼 죽지 않고 머나먼 별나라로 사라진 것 역시 정찰 비행을 나가 소식 없이 그대로 사라진 사실들이, 책의 내용과 너무도 비슷한 스토리였다.
1944년 7월31일 아침 8시45분 그는 코르시카 기지 활주로를 이륙, 주변 해상의 정찰비행을 마치고 오후 12시30분까지는 돌아와야 했다. 오후 1시가 넘으면 조종하던 P-38기의 연료가 모두 떨어지기 때문에, 독일군 전투기에 희생당했거나 바다에 추락한 것이 틀림없다고 보고, 오후 3시30분에는 그의 행방불명을 공식 발표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구식 단발기만 조종하던 그가 44세의 나이에 당시 최신식 쌍발 전투기를 조종한 것이 무리였을까? 뿐만 아니라 미국 단위의 계기를 프랑스 단위의 미터로 잘못 읽기도 했고,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영어를 못 알아들어 관제탑과 통신을 못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 그가 기상이 나쁜 바다 위를 비행했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른 것 같아 보인다는 말도 있다.
기상이 나쁘면 비행하지 말거나 하더라도 계기비행을 해야 하나 이를 지키지도 않았다. 시계비행을 하다 일단 구름 속에 들어가면 모든 감각이 재대로 느껴지지 않게 되고 공포증이 생겨 계기를 믿지 않게 된다. 예를 들면 계기는 바로 가는 것 같은데, 실제로 느끼는 감각은 자꾸 위로 치솟는 것 같아, 이렇게 계기를 따르다가는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공포증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절대로 자신을 믿지 말고 계기를 믿어야 한다”는 교과서적 철칙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어, 끝내는 추락하고 만다.
그 두 사람의 사고는 비행기가 자유낙하 하는 것 같이 굉장한 속도로 바닷물에 떨어졌거나, 조종사도 느끼지 못한 채 비행기가 하강 선회하면서 추락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은 푸르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바람이 거세고 어두운 구름 속에서 조종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무서움도 간직하고 있다. 아 하늘아, 푸른 하늘아.
정석화 조종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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