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25일이 되면 한국전쟁 발발에 대한 감성적이고 형식적인 규탄행사를 하는데 이제는 퇴색되고 변질되어 가고 있다. 반세기가 훨씬 넘어 참혹했던 전쟁이야기에도 신세대들은 시큰둥하다.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신세대들의 공격목표는 완전히 부패된 기성 정치인들과 부정축재로 비대해진 세습재벌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아성 대문에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절망감, 불안감, 소외감이 파괴와 도피현상으로 나타난다. 또 북한 공산독재정권의 선전용인 주체사상에 동화 또는 감염되어, 6.25남침을 통일의 성전으로 찬양한다.
주한미군은 통일을 방해하는 제국주의 군대이므로 한반도에서 철수하라며 외치고 있다.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그의 저서 ‘제3 세계’(The Third World)에서 미국은 광활한 영토와 막대한 자원 그리고 끊임없는 이민유입으로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 목적 이외에는 영토확장의 욕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을 폭력을 수반하는 고전적 의미에서의 제국주의로 매도하기에는 어렵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미국의 외교정책은 주기적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권교체로 외향성과 내향성, 강경책과 온건책을 번갈아 가며 반복해 왔다는 것이다. 2차대전의 승리로 미국이 세계적 패권을 장악함에 따라 한반도는 그의 수혜자가 되었으나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과 구 소련의 공산주의 패권이 서로 경쟁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38선 분단과 6.25전쟁의 희생자가 되어야만 했다.
세월은 흘러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소련의 붕괴와 동구 공산권의 해체, 그리고 한·중 국교 정상화로 인해 북한 정권은 외교적으로 고립되면서 군사적 모험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오직 믿을 것은 ‘핵’밖에 없다는 집념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 동아시아 지역내의 새로운 패권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일 간 ‘신 안보 선언’은 중·러 간 전략적 협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신 양극구조’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냉엄한 ‘힘의 논리’를 지혜롭게 이용해야 한다.
2차 대전 때 스위스는 중립을 견지하기 위해 엄청난 국방비를 들여 현역군을 정예화하고 민방위를 조직 편성하여 철저한 훈련을 시키는 한편 험준한 알프스산맥을 수없이 뚫어서 전국민의 대피소와 전투 벙커를 만들어 난공불락의 요새를 구축했다. 이러한 전투 준비로 말미암아 나치독일이 전 유럽을 전화로 휩쓸었지만 스위스를 공격할 경우 3개 군단이 전멸하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우회했던 전사는 우리들에게 큰 감명을 준다.
현재도 스위스 정부는 48시간 내 62만5,000명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매년 150억 달러 가량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6.25 전쟁 발발 54주년을 맞이하여, 21세기의 패권 경쟁이 한반도를 가운데 둔 채 또 다시 전개된다 해도 우리는 가장 자유주의적 성격을 지닌 미국의 패권을 선택하고 편승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 우리조상들이 당파 싸움, 감투싸움, 이권 싸움 등에 눈이 멀어 올바른 판단을 못하고 러시아, 중국, 일본 등에 이리저리 업혔다가 나라가 없어졌던 쓰라린 역사적 경험을 반추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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