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은 지난 6월 1일부터 집에서 생활하는 가택연금 상태에 들어갔다. 자택에서 국내 한 언론과 만난 로버트 김은 “우리 국민들에게 진 빚이 너무 많다”는 말을 했다.
지난 8년 동안 교도소로 위문편지를 보내거나 후원활동에 동참해온 동포들은 절망의 나락에 빠진 그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또한 로버트 김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건 마찬가지이다. 한국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고, 미국 시민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던 그에게 조국은 상징적인 대상, 막연한 그리움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국애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한국 정부가 처한 현실을 그냥 넘기기 어려웠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우방을 자처하면서도 영국이나 캐나다 등에는 제공하는 한반도 관련 정보를 정작 당사자인 한국에는 제공하지 않은 적도 있을 정도로 한국은 미국과의 정보 공유에서 늘 밀려나 있었다.
결과적으로 로버트 김은 한미 양국에 버림받은 격이 되었다. 한국 정부는 정보 수혜 사실을 부인하면서 개인적인 사건으로 축소하려 했고, 미국으로부터는 기밀 누설로 국가안보를 위협한 스파이, 충성선서를 어긴 괘씸한 이민자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로버트 김에게 한국과 미국은 똑같이 소중한 조국이다. 그는 공개되어도 미국에 위험을 주지 않는 정보만을 제공하였다. 미국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양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스파이 혐의로 8년을 감옥에서 보낸 재소자이다. 이 전과는 내내 그를 따라다닐 것이고, 그의 자유와 이상을 속박할 것이다.
사건 이후 우리 정부는 한결같이 로버트 김과의 관련을 부인해왔다. 그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조국은 그를 외면했지만, 동포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자, 민간단체인 후원회가 역시 그 자리를 대신했다.
로버트 김은 해외교포가 500만이나 되는 국제화 시대에 조국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올해 초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부시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 광고는 미국 교포와 한국 후원자들이 모은 성금으로 이뤄진 것이다.
작년 7월 현재의 후원회가 새롭게 출발한 후 지금까지 회원 2,000명, 후원금은 약 5,000만원 정도 모였다. 이 돈은 다달이 로버트 김에게 보내져서 생계비로 쓰여졌다. 열 사람이 밥 한 숟갈씩 보태어 한사람 먹을 밥을 마련하는, 말 그대로 십시일반의 정성인 것이다.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성금을 주고 가는 사람, 로버트 김이 쓰기 편하게 달러로 바꿔서 주는 사람, 한푼 한푼이 정말 소중하다.
우리가 정부 없는 외로운 국민도 아니고, 로버트 또한 한국을 조국이라고 믿고 어려운 선택을 했음에도 현실은 조국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흔들어놓고 있다.
조국을 도운 로버트 김을 그 조국이 외면한다면 앞으로 조국이 국민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누가 선뜻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로버트 김 문제 해결은 한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웅진 로버트 김 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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