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에 LA에 이민 와서 알게된 김 선생과는 아파트를 이웃한 데다가 아내가 아주머니와 같은 봉제공장을 다녀 두 집간에는 이웃사촌의 정리로 마음을 터놓고 지냈다. 그런 아주머니가 모처럼 한국을 다녀오면서 돌김을 갖고 와 아내는 꾀 많이 싸서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아껴가며 한국 맛을 즐겼다. 한 2년쯤 지나서 아주머니가 김과 멸치가 든 상자를 거저 주길 래 고마워하고 열어보았더니 맙소사! 김과 멸치가 녹슨 듯 변색되어 있지 않는가.
어이없어하는 아내에게 “아주머니 심기가 바르지 않네, 병든 마음이 아니고서야 저럴 수가 있나 마음이 변하면 3년 내 죽는다던데...”하고 나는 말했다. 이듬해 봄 아주머니는 수술했던 장암이 재발하여 불행하게도 죽었다.
그 시대만해도 한국사회는 비록 넉넉지는 못했어도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 사람들은 도덕을 지키고 살았다. 미국에 와서도 보니 정직을 최고의 덕으로 여기고 있었고 개인주의는 사생활이고 공중도덕이 생활화되어 있어 참으로 건강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양심은 인간만이 갖는 인간조건의 기본이다. 양심은 선과 악 정과 사를 분별하는 능력으로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유동적인 마음의 행로를 언제나 올바른 쪽에 잡아준다. 인간은 선악의 양면성을 지닌 영적 생명체이지만 지극히 감정적이어서 마음먹기에 따라 천사도 되고 악마도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자는 교육을 통해 인간의 양심을 개발하려하고 석가는 양심의 깨달음을 통해 부처에 이르는 길을 가르친다. 또 예수는 인간의 양심을 믿고 대속하면서까지 인간을 구원의 파트너로 삼는다.
세계화 이후 인간성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돈이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으로 인식되고 양심의 욕망을 다스리는 통제력을 상실해 인간이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에서 가짜 우유를 만들어 팔아 아기들을 죽게 하고 기형아가 되도록 한 사람들은 악마이고 한국에서 사람이 먹는 음식물에 공업용 색소나 소금 또는 재료를 쓰는 식품가공업자는 양심을 잃은 사람들이다.
고수익을 투자미끼로 삼아 남의 돈을 가로채어 헌금하고 시주하고 자선단체에 몇 푼의 돈을 기부하여 얼굴에 화장하는 유명인들은 자신의 양심마저 속이는데 능한 사기꾼이다. 죄를 짓고도 판사 앞에서 양심의 고뇌 없이 무죄를 주장하는 인간쓰레기들과 돈을 받고 갖은 논리로 그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양심은 또 어떤 것일까?
정치인의 양심은 권력의 맛에 취하고 장사꾼의 양심은 돈 앞에 흐려진다. 개인의 양심은 집단이기에 함몰되고 인류의 양심은 전쟁의 집단 광기에 야만화 하고 있다. 간사하고 교활한 무리들이 예수를 사기하고 부처의 등을 치며 공자를 왕따시키고 있다. 인간이 양심을 등지면서 인간의 정체성마저 잃어가고 있다. 인간교육이 절실한 때이다.
남진식/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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