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이 멀다하고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명예 때문이건 생활고 때문이건 유일하며 존귀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어린 자식들까지 동반 자살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정에 앞서 분노가 느껴진다.
허무주의가 회자되던 1800년 전후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주도할만한 선진국이어서 권태로부터의 돌파구로 자살을 택했는지 모르지만 ‘이태백,’ ‘삼팔따라지,’ ‘사오정’이 서울 장안에 득실거리는 한국과는 그 패턴이 다르다.
자식들까지 죽여가며 자살하는 것은 어떠한 구실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죽기를 기약하고 해서 안될 일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반드시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나의 친구 중에 방 선생이 있고 방 선생 친구 중에 이 사장으로 통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 분은 초중등학교에 학습지 같은 것을 납품해서 크게 성공했었다.
점잖은 교장선생님들, 수많은 학교 선생님 고객들로부터 깍듯이 사장님 대우 받던 사람이 출판사업을 크게 벌이다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됐다. 지인들로부터 몇 푼의 이사 비용의 구걸마저도 문전 박대를 받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큰 출판회사의 사장, 올망졸망한 4남매의 허기진 자식들을 도닥이는 풀기 없는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는 이 사장이야말로 무슨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방 선생께 몇 푼의 이사 비용을 얻은 이사장은 길가에 버려진 리어카를 주어다가 손질하고 푼돈을 쪼개어 밑천 삼아 과수원, 채소밭, 생필품 공장 등을 전전하며 열심히 뛰었다. 한 3년 고생한 보람으로 서울 인근에 큰 서점을 차려 재기에 성공했다. 이 사장은 이사 비용을 구걸할 때 흰눈 뜨고 쪽박 깨던 빚쟁이들을 한 사람 빠짐없이 빚을 갚으러 찾아다녔다.
‘큰돈을 갚으면 한 때 즐거움이지만 배고플 때 밥 한 그릇은 평생 못 잊는다’는 말은 이 사장이 방 선생에게 은혜 갚는 행동을 옛날에 누가 미리 알고 써놓은 얘기 같다. 이 사장은 지금 전국적으로 알려진 굴지의 중소기업 사장이다. 행여 자살의 유혹을 받는 이가 있다면 그 용기의 반의반만 써도 이 사장만큼 재기에 성공할 것이다.
이홍재/리버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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