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운의 한 식당에서 있던 일이다. 밑반찬 중에는 데친 브로콜리를 식초무침을 한 반찬이 있었는데 새큼한 맛이 좋았다. 나는 종업원에게 브로콜리 무침을 좀더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렀는데도 브로콜리 무침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불러 브로콜리 무침이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우리 식당엔 막걸리는 없어요”라는 엉뚱한 대답을 해서 일행을 잠시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러면 왜 종업원은 브로콜리를 막걸리로 들었을까? 이러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어의 음성학적 성격의 설명이 필요하다. 영어는 한글과 매우 다른 음성학적 성격을 갖고 있다. 영어로 스펠링이 broccoli인 이 단어의 발음은 ‘ro’의 철자가 있는 음절에 액센트가 있으며 억지로라도 한글로 쓰면 ‘브롸껄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어를 발음하기 위해서는 액센트 있는 음절을 강하고 높게 발음하게 되는데 이때 상대적으로 약하고 낮은 앞부분 ‘b’의 발음은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브롸껄리’는 ‘롸껄리’로 들릴 수도 있다. 이 ‘롸껄리’라는 소리는 다시 종업원에게 막걸리로 전달된 것이다.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이민 1세들은 누구나 영어발음에 관련한 이러한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영어라는 언어가 갖고 있는 음성학적 불합리가 그 근본원인이고 그 다음은 영어라는 언어의 음성학적 특성의 이해 없이 영어를 발음하고 듣는 우리의 잘못이다.
한국어가 음성학적으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언어라면 영어는 지구상 언어 중 가장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언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영어라는 언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은 영어의 음성학적 특성의 이해가 필수 조건임에도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 영어 교육을 받아왔고 오늘날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생전에 영어를 멍청한 언어라고 혹평을 하고 스펠링과 발음체계를 개혁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으며 영어 개혁에 사용하라며 거액의 유산을 남기기고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영어는 계속 영어 사용자들을 특히 영어를 외국어로 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백향민 영어음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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